웃음의 정의를 바꾸어 버린 요시다 센샤의 넌센스 월드!

전염됩니다. 3

원제 伝染るんです. 3

요시다 센샤 | 그림 요시다 센샤 | 옮김 오주원

출판사 세미콜론 | 발행일 2015년 7월 31일 | ISBN 978-89-8371-462-6

패키지 반양장 · 신국 변형판 145x210 · 156쪽 | 가격 9,900원

분야 만화, 코믹스

책소개

시대를 초월하는 생명력을 뽐내는

원조 부조리 개그 만화가 돌아왔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하하 개판이네”,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

같은 말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다면 축하. 당신은 입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맛, 병신 같은 맛의 줄임말인 ‘병맛’을 훌륭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대상이 ‘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을 뜻하는 이 인터넷 유행어는 일정한 형식이나 구조를 거부한 채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불합리한 상황이나 결말을 내는 만화를 수식하는 단어가 되었다.

『내일의 소리』, 『이말년 씨리즈』등으로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이 병맛 만화가 나올 수 있었던 토양으로 혹자는 2000년대 엽기 코드나 허무 개그의 유행을 꼽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우스타 교스케의 『멋지다 마사루』나 후루야 미노루의 『이나중 탁구부』 같은 소위 ‘부조리 개그’ 만화가 1990년대 한국에 이미 출간되어 그 싹을 틔우고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초현실적인 전개와 이해할 수 없는 독특한 센스를 웃음 포인트로 삼는 부조리 개그 만화는 아이하라 고지의 1985년 작 『고지원』이 효시로 꼽히나, 이 장르에는 만화계뿐만 아니라 코미디와 연예, 광고업계까지 대중문화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일본 개그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고까지 평가되는 기념비적 작품이 있다.

연재 당시인 1990년에 일찍이 도쿄 하라주쿠에 캐릭터 숍이 생길 정도로 열광적인 인기를 자랑하며 제37회 문예 춘추 만화상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1992년 OVA(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 2009년 3분짜리 휴대폰 애니메이션과 실사판(!) 웹 드라마, 2013년 인스턴트 메신저 LINE JAPAN의 스탬프 발매까지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시간 동안에도 웃음의 강력함과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는 이 만화는 바로 요시다 센샤의 『전염됩니다.』이다.(마침표까지가 책 제목이다.) 세미콜론에서는 2012년 12월 1권 출간으로 한국에 첫선을 보인 이 부조리 개그의 원조격 작품을 2015년, 전5권 출간으로 완간하였다.

편집자 리뷰

짜증나지만 귀여워!

자꾸자꾸 전염되는 치명적인 캐릭터들

『전염됩니다.』는 요시다 센샤의 대표작으로서 이질적인 것들을 마구잡이로 모아 놓거나 맥락에 맞지 않는 언어와 행위, 반전을 넘어 의미를 지워 버리는 결말 등의 전략을 극단으로 밀어붙이며 ‘어이없는’ 웃음을 짓게 한다. 폭력과 잔혹함조차도 『전염됩니다.』 안에서는 맥락을 알 수 없는 곳에 아무렇게나 던져지거나, 판타지에 가까운 터무니없는 발상과 함께 위험성이 해제된다. 연습장 낙서처럼 무성의하게 그린 그림체 역시 이와 맥을 같이하는 부조리의 한 장치다.

상식을 파괴하는 전복적인 에너지가 폭발하고, 판단이 불가능한 무의미의 향연이 펼쳐지는 가운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역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설정의 기묘한 캐릭터들이다. 하와이에 집착하는 수달(같은 무언가), 대학교 입학을 준비하고 있는 소심한 재수생 딱정벌레, 음식 재료가 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하지만 실패하는) 표고버섯, NHK 교육 TV 프로그램의 애청자인 야쿠자, 작품 안에서 한번도 정체가 밝혀지지 않는 영어 교사까지. 이들은 모두 뭔가에 기계적, 강박적으로 몰입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 본다면 누구라도 피하고 싶어질 정도일 이 캐릭터가 자꾸 보면 은근히 귀엽고 정이 든다는 것이 이 만화의 함정이다. 4컷 만화의 전개 방식에 충실하게, 시트콤처럼 빠른 속도로 에피소드를 쌓아 올리며 캐릭터를 강화해 가고 독자는 불량식품에 중독되듯 그들이 벌이는 헛소리와 허튼 짓을 기꺼이 즐기게 된다. 게다가 대부분의 소재가 매우 일상적인 것들이며 보통 남에게 쉽게 꺼내 보이지 않는 유치함과 소심함을 극단적으로 과장했기 때문에, 의외의 면에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것이 바로 ‘전염’의 실체다. 뭔가 석연치 않은 긴장, 혹은 불쾌의 상태와 터져 나오는 웃음의 아슬아슬함이 기승전결의 드라마도, 현실적인 캐릭터 하나 없는 이 만화의 페이지를 계속 넘기게 만드는 힘인 것이다.

 

만화 속에서나마 모든 것을 놓고 싶은 당신에게

세미콜론이 전하는 원조의 상쾌함

불온한 상상력, 비정상적이고 불안한 존재를 드러내어 파문을 일으키는 전략은 개그에서 이제 컬트가 아니라 또 하나의 코드로 자리를 잡았고, 전통이 되었다. 이런 개그의 매력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어떤 짐작을 해도 엉뚱한 결말로 끝나기 때문에 어떻게 나올지 알 수가 없다. 『전염됩니다.』는 이 ‘뿜기는’ 웃음의 강력한 전염력으로 개그 만화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음은 물론 대중문화 전반에 영향을 끼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2015학년도 숙명여대 논술 시험 인문계열 문항으로 ‘병맛 문화의 유행’이 출제될 정도로,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런 웃음은 단순히 마이너가 아니라 하나의 코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추세이다. 국내에는 다소 늦게 찾아온 감이 없지 않지만, 조석, 이말년, 귀귀 같은 작가가 창조해 낸 병맛 만화를 흥미롭게 읽어 온 독자라면 ‘기승전병’의 역사 속에서도 빛나는 존재감을 자랑하는 이 작품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전염됩니다.』 토막 지식

일본 서브컬처 계열에서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성우를 따로 지칭할 때 쓰는 ‘안의 사람(中の人)’이라는 속어는 만화 속 수달의 대사, “밑에 사람 따위는 없어!(下の人などいない!)”에서 유래한 것이다.

작가 소개

요시다 센샤

1963년 이와테 현 미즈사와 시에서 태어났다. 1985년 성인만화잡지에서 4컷 만화로 데뷔했고, 1989년 “빅 코믹 스피리츠”에서 “전염됩니다” 연재를 시작했다. 1992년 [전염됩니다]로 제37회 문예춘추 만화 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 [맞는다], [플로 만화], [스포츠폰], [펴져라 연애 우산], [만화 부모] 등이 있다.

요시다 센샤 그림

1963년 이와테 현 미즈사와 시에서 태어났다. 1985년 성인만화잡지에서 4컷 만화로 데뷔했고, 1989년 “빅 코믹 스피리츠”에서 “전염됩니다” 연재를 시작했다. 1992년 [전염됩니다]로 제37회 문예춘추 만화 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 [맞는다], [플로 만화], [스포츠폰], [펴져라 연애 우산], [만화 부모] 등이 있다.

오주원 옮김

고전 만화를 좋아하지만 절대로 ‘오타쿠’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만화 마니아. 현재 만화를 소개하는 블로그 ‘청정하수구’(http://bjkun.egloos.com)를 운영하며, 닉네임은 ‘대산초어’이다. 번역서로 『파레포리』,『스피릿 오브 원더』,『포겟 미 낫』, 『모험 에레키테 섬』, 『도련님의 시대』, 『선생님의 가방』, 『겨울 동물원』, 『실종일기』, 『알코올 병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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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