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그림 장마르크 로셰트 | 자크 로브, 뱅자맹 르그랑 | 옮김 이세진

출판사 세미콜론 | 발행일 2013년 7월 29일 | ISBN 978-89-8371-489-3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88x259 · 252쪽 | 가격 25,000원

책소개

2005년 어느 날, 이 만화를 처음 손에 쥐었을 때, 순식간에 나는 깨달았다.
이것이 내 인생의 한 시기를 통째로 집어삼키리라는 것을. 나의 위험천만한
영화적 모험은 그때 이미 시작되었다. ― 봉준호 (영화 「설국열차」 감독)

■ 극단적 환경 설정을 통해 디스토피아적 문명 사회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자 풍자를 전한다. ―《한겨레》
■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다투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꼬집었다. ―《동아일보》
■ 흥미진진한 종말론적 SF이자 절묘한 정치적 풍자 ―《씨네21》

봉준호가 선택한 위대한 원작
2006년 「괴물」 개봉 당시,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에서 빼놓지 않고 언급된 것은 차기작도 아닌 차차기작으로 봉준호 감독이 진행 중인 「설국열차」라는 영화였다. 동명의 프랑스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는데, 그 후로 봉준호 감독의 거의 모든 인터뷰에서 언급되었다. 2004년 국내에 번역 출간된 이 만화는 멸망한 세상의 유일한 생존처인 열차를 소재로 한 디스토피아적 SF로, 재미있게도 이렇게 봉준호 감독의 입을 통해 영화 관련 기사에 오르내릴 때마다 다시금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7년이 지나 2013년, 드디어 영화 「설국열차」와 새롭게 출간된 만화 『설국열차』가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 캐릭터와 스토리라인은 각색을 통해 변경되었지만 이야기의 기본적인 설정은 유지되어, 원작 만화와 영화를 비교하며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경험을 관객과 독자 모두에게 선사할 수 있게 되었다.

편집자 리뷰

『설국열차』의 대장정
『설국열차』는 1970년대부터 자크 로브(시나리오)와 알렉시스(그림)의 구상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알렉시스는 1977년 세상을 떠났고, 이후 장마르크 로셰트가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여 1984년 1권이 출간되었다. 자크 로브는 이 작품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으로 1986년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으나 1990년 아쉽게도 세상을 떠났다.
두 명의 작가를 먼저 보내고 장마르크 로셰트는 뱅자맹 르그랑과 함께 시리즈를 재개하여 1999년 2권, 2000년 3권이 출간되며 『설국열차』의 긴 여정은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2004년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던 『설국열차』는 세미콜론을 통해, 번역부터 표지까지 완전히 새로워진 모습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얼어붙은 세상을 가로지르는 ‘노아의 방주’
동서 냉전의 시기, 사치스러운 호시절을 누리던 중 기후무기가 가동되고 예상치 못한 위력으로 재앙이 벌어진다. 지구는 눈으로 뒤덮인 백색의 사막이 된 것. 이 동토의 설국을 달리는 1001량의 열차 안에 무너진 세계의 마지막 생존자들이 살아가고 있다. 열차 속 세상은 계급 사회의 축소판이다. 권력을 독점한 황금칸 탑승자들은 맨 끝 꼬리칸 탑승자들에게 인간적 삶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도 허용하지 않는다. 열차의 각 량은 생활공간부터 농사, 식품 가공, 군사, 감옥까지 각 용도에 맞게 이용되고, 기관차와 가까운 맨 앞 칸의 탑승자들이 열차를 지배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삶이 유지되려면 열차는 멈추지 않고 달려야만 한다. 이야기는 이 설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한 치의 희망도 허용하지 않는 절망이다. 인류를 구조하려는 영웅들이 나타나지만 그들의 희생으로도 절대적 절망 앞에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사실이 매순간 처절하게 드러난다. 이 만화는 갈등과 대립, 탐욕이 불러오는 파국 앞에서 쉽게 희망을 제시하지 않는다.
『설국열차』의 배경인 동서 냉전의 시대는 오래전 막을 내렸고 기술 문명이 더욱 발전했지만, 오늘날 지구 전체는 더욱 다양한 위기와 갈등, 기후 변화와 자연 재해의 공포 속에서 일상적인 긴장과 붕괴의 분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냉혹하고 탐욕스러운 계급 사회의 생리, 이것이 거짓을 설파하는 종교와 결탁했을 때의 혼란, 진실을 은폐하고 긴장을 고조시켜 이득을 얻으려는 지배 집단 등 현실 세계의 모습을 『설국열차』는 정확히 연상시킨다. 그래서 첫 출간 후 이제 세기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예언서이자 묵시록과 같은 이야기며, 백색의 공포와 함께 전해진 준엄한 경고일 것이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역경(易經)의 ‘지천태’ 괘의 해석은 이 만화가 전하려는 평화공존의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만화 vs 영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고 공간 설정부터 스토리 라인까지 새롭게 이야기를 다듬어 나가 원작 만화와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세계 멸망 이후의 기본 설정을 공유하고 있고, 세부적인 사항들에서도 크고 작은 공통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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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 줄거리

1부
유람열차로 운행되다가 멸망 이후 유일한 생존처가 되는 설국열차. 열차의 정지는 곧 죽음을 의미하는 상황에서, 황금칸 사람들은 점점 느려지고 있는 열차의 무게를 덜기 위해 꼬리칸을 떼어 버리려는 계획을 꾸민다. 꼬리칸의 탈주자 프롤로프는 자신을 도우러 찾아온 아들린과 함께 앞쪽의 지배자들에게 연행된다. 두 사람은 맨 앞의 기관차를 향해 나아가며 탐욕스럽고 타락한 지배자들로부터 열차의 심장과도 같은 기계 장치, ‘올가’를 지키려는 목표를 갖게 된다.

2부
2권은 또 다른 열차의 탑승객 ‘퓌그 발레스’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제2열차라고 불리는 쇄빙열차의 지배 계층은 제1열차와 정면충돌한다는 위기를 조장하여 열차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그들은 가상현실을 즐기는 ‘가상 여행’이나 게임으로 도피적 유희를 즐기면서, 위험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선발대를 밖으로 내보낸다. 선발대원 중 한 명인 퓌그는 공을 세우고도 제거당할 위기에서 살아 돌아와 ‘영웅’으로 꾸며진다.
그는 최고 권력자의 딸인 발과 결혼하며 신분 상승을 이루게 되고 권력층의 비밀을 공유하게 된다. 제1열차는 이미 없다는 것. 공존을 거부한 제2열차의 공격으로 멈춰 버린 것이다. 그 안에는 프롤로프가 정신을 놓은 채 기계실에서 간신히 살고 있을 뿐이다.

3부
3권은 퓌그의 아내 발 케넬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제2열차에서는 폭발 사건이 일어난다. 폭발한 칸 뒤쪽을 떼어내 탈선을 막으려는 권력층은 내분을 겪으며 와해된다. 퓌그 발레스와 케넬 위원 등이 속한 그룹이 열차를 장악하게 되고, 사람들을 선동하던 군부와 종교 지도자는 서랍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러나 주도권을 뺏긴 세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또 한 번의 위기에 빠진다. 발의 아버지 케넬 위원의 희생으로 간신히 그 위기를 넘기지만, 결국 모든 상황이 절망적으로 돌아간다. 그때 바다 건너에서 희미한 생존의 신호가 잡힌다. 열차는 바다를 횡단하여 ‘약속의 땅’ 신대륙으로 향한다. 저 멀리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는 인류에게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작가 소개

장마르크 로셰트 그림

1956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화가,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코믹한 만화에서 어두운 추상화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그림으로 폭넓은 분야에서 작업하고 있다. 자크 로브와 함께 『설국열차: 탈주자』를 발표했고, 『백색 진혼곡』을 함께 만들었던 뱅자맹 그르랑과 『설국열차』 후속편을 구상하고, 『설국열차: 선발대』, 2000년 『설국열차:횡단』을 발표했다.

자크 로브

1932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만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으며 1986년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유머러스한 만화에서 SF까지 다양한 장르를 두루 섭렵한 작가로, 1990년 세상을 떠났다.

뱅자맹 르그랑

1950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소설, 번역, 만화 시나리오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작가로, 자크 타르디와 『바퀴벌레 죽이는 사람』을, 장마르크 로셰트와 『백색 진혼곡』, 『설국열차』 등을 발표했다. 자크 타르디의 『아델 블랑섹의 기이한 모험』이 영화화 된 후, 다시 소설로 옮기기도 했다.

이세진 옮김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 『티에르탕의 베케트』, 『음악의 기쁨』, 『살아 있는 정리』, 『역사를 만든 음악가들』,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등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독자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