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그림을 이야기하다.
많은 독자가 기다려 왔던 환상의 만화, 드디어 단행본으로!
『슬램덩크』에서 『피아노의 숲』, 『4월은 너의 거짓말』까지… 다수의 히트작을 낳으며 만화 시장에서 큰 축을 차지하는 소위 ‘예체능계’ 만화 중에 유독 눈에 띄지 않는 장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많은 만화에서 음악은 (책으로 소리를 낼 수는 없으니) 대사나 그림, 또는 주변의 반응으로 묘사된다. 즉 만화가의 음악 실력은 부차적인 문제다. 스포츠물도 마찬가지다. 영상이나 사진을 참고해 현장감을 보완할 수 있으므로 작가가 꼭 운동 선수여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미술 만화는 다르다. 만약 만화 속에서 가상의 명화가 등장한다면, 작가가 실제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실력자여야 한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그동안 미술 만화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를 졸업하고 2009년 네이버 웹툰·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 공모전에서 「의령수」로 우수상을 받은 김우준 작가의 『아이고』는 이렇게 블루 오션으로 남아 있었던 미술 웹툰의 가능성에 주목한 작품으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고급문화로 대우받지는 못했던 벽화를 다루었다. 곧 지워질 낙서 정도로 여겨졌던 벽화를 소재로 그림 하나가 태어나기까지의 고민, 그리고 그림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말했던 이 만화는 신선한 재미와 함께 미대 진학생이나 재학생이 인정할 정도로 탄탄한 미술적 고증으로 많은 매니아를 양산한 바 있다. 2013년 단행본 1권 발매 이후 웹툰 계약이 만료되며 뒷내용을 볼 수 없는 ‘환상의 만화’로 팬들의 애간장만 태워 왔던 『아이고』. 6년의 세월을 거쳐, 드디어 2019년 세미콜론 첫 만화 단행본으로 완간되었다.
추천사 어제까지 있던 슈퍼나 세탁소가 사라진다고 알아차릴 수 있을까? 거리 미술은 익숙하지만 보이지 않은 것들을 보이게 해준다. 거리 미술가들은 그래서 자선사업가다. 내가 좋아 그리지만 결국 다른 사람도 위한다. 허나 그 친구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그림자처럼 어슬렁거린다. 이 책은 도시에 빛을 담는 그림자 미술가들에 관한 이야기다. - 밥장 (일러스트레이터 )
독특한 그림체, 자유분방한 에너지로 그려낸
청춘들의 자화상
『아이고』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요소는 마치 랩이나 댄스 배틀처럼 창작 집단 간에 이루어지는, 가상의 배틀이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벽의 수는 제한되어 있기에, 그들은 시간이나 주제, 장소, 색을 정하고 전문적 식견이 있는 제3자 및 구경꾼을 심판으로 삼아 공개 배틀을 한다. 벽의 상태, 위치, 주변 환경, 보는 사람들의 시선까지 고려한 아이디어가 서로 격돌하며 흥미로운 미술 수업을 듣는 듯 매력적인 심사평이 이어지는 배틀 묘사는, 벽화의 특이한 질감을 담백한 수채화 스타일로 완전히 소화해 내는 작가의 실력이 특히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이렇듯 『아이고』는 거리를 캔버스 삼아 활동하는 창작 집단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꿈을 향한 그들의 노력을 대전물과 같은 구조를 가져와 펼쳐내지만 에스컬레이터식 배틀 환타지로 쉽게 빠져버리지 않으면서 현실성을 유지하고 있다. 배틀이 벌어지는 장소부터가 명화가 전시되는 미술관이 아니라 언제라도 다른 그림들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생활공간이다. (‘가상의 대학교’로 설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현실의 홍대 거리를 거의 그대로 재현했다.) 동네 상점가, 골목, 학교 인근의 벽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며 생활비를 걱정하고, 유명세를 타면 놀이공원 페이스페인팅이나 동네 태권도 학원 인테리어 알바를 뛰는 그런 보통 청년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방황하는 청춘을 위하여, 아이고(I GO)!
이렇게 리얼한 세계이기에, 『아이고』의 주인공들은 계속 고민하고 방황할 수밖에 없다. ‘그림도 제대로 그리지 못하면서’ 만화가입네 설치는 어중이떠중이들보다 자신의 실력이 몇 배는 좋다는 자부심이 있지만, 그것이 좋아하는 일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보장은 되지 않기에 현재에 불안해하며 ‘벽화 배틀’이라는, 누가 보기에도 비전이 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취미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려 발버둥 친다.
우리네 청춘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들의 고민에 작가는 포장마차 주인 곤 형님의 입을 빌려 응답한다. 20대는 물음표를 달고 다는 시기이니 괜찮다고. 인고의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더 좋은 빛을 내게 될 거라고.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덧없는 취미를 붙들고 있었던 그들은, 그렇게 더욱 강렬해지고 순수해진 승리에 대한 열망을 품고 해외 유학생 집단과 최종 결전에 돌입한다. 『아이고』의 이야기는 여느 배틀물이 그렇듯이 해피엔딩으로(조금은 뒷 이야기의 여지도 남겨 놓으면서) 마무리되었지만, 오랜 시간을 거쳐 돌아온 이번 단행본은 그 시절 주인공의 고민과 현재진행형으로 함께했던 독자라면 자신의 한계를 넘어 매진했던 그 추억들을 되새기는 계기가, 단행본으로 『아이고』의 세계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다시 한번 꿈을 향해 나아갈 원동력이 될 것이다.
3권 차례
Scene 13. 고도리 5
Scene 14. 탐색 43
Scene 15. 쿨한 남자 멋있는 여자 77
Scene 16. ROUND 2 115
Scene 17. 562 151
Final Scene. IGO 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