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가까이 생명력을 잃지 않으며
영화로, 드라마로 진화한 그래픽 노블
기후 대란으로 갑작스럽게 빙하기에 들어간 지구.
생명은 뿌리 뽑혔고, 가장 먼저 죽은 이가 가장 운 좋은 사람이 된 상황.
살아남은 인류는 끝없이 달리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결코 멈추지 않는 열차, 설국열차에.
이것은 2005년 홍대의 한 만화방에서 봉준호 감독을 사로잡았던 만화 『설국열차』의 줄거리이다. 1970년대 자크 로브(스토리)와 알렉시스(그림)의 구상으로 시작된 『설국열차』는 알렉시스가 1977년 사망한 이후 장마르크 로셰트가 프로젝트에 합류, 1984년 1권 『탈주자』가 출간되었다. 그들은 이 만화로 1986년 앙굴렘 국제 만화 축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으나 1990년 아쉽게도 자크 로브마저 세상을 떠나고 만다. 두 명의 작가를 먼저 보내고 장마르크 로셰트는 『백색 진혼곡』을 1986년 함께 작업했던 뱅자맹 르그랑과 시리즈를 재개, 1999년 2권 『선발대』와 2000년 3권 『횡단』을 출간한다. 봉준호 감독이 이에 영감을 받아 5년의 구상 끝에 2013년 영화로 만든 「설국열차」는, 원작의 기본 설정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캐릭터와 스토리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는 결이 다른 그만의 독특한 세계를 창조한 바 있다. (2015년에는 「프리즌 브레이크」의 제작자 마티 아델스테인의 투모로우 스튜디오가 드라마화 판권을 구입했으며, 봉준호, 박찬욱 감독이 제작에 참여해 TV 시리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설국열차」 영화 촬영에 함께하며 단역으로 출연하고 영화 속 그림도 직접 그렸던 원작자 장마르크 로셰트는 전 세계의 시사회에 참석하면서 세계인의 열광을 눈으로 직접 보고 『설국열차』에는 아직도 할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확신했다. 프랑스 만화계의 떠오르는 신예 작가 올리비에 보케와 손을 잡고 그는 전작 세 편은 물론 영화까지 아우르는, 반세기 가까이 달려 온 설국열차의 진정한 결말을 세상에 내놓았다. 2004년 국내에 처음 번역, 출간되었던 『설국열차』 1, 2, 3권을 합본해 영화 개봉과 함께 출간한 바 있는 세미콜론은 4권이자 완결편인 『설국열차 종착역』을 2016년 5월 국내에 정식 출간하였다. 이로써 1984년 1권 출간 이후 디스토피아 SF의 전설로 군림해 온 이 그래픽노블이 32년 만에 완간되었다.
“만화에서 영화로, 그리고 다시 만화로. 설국열차의 이야기가 드디어 종착역에 도달했다.”
-봉준호 | 영화 「설국열차」 감독
“나는 「설국열차」가 언젠가 위대한 영화의 리스트 어느 구석에서 반드시 발견될 것이라 생각한다.”
– 허지웅 | 영화 평론가
“아마도 사람들은 「설국열차」에 대해서 오래도록 거론할 것 같습니다.
– 이동진 | 영화 평론가
“영화 「설국열차」를 기억하고 있다면, 지금 당신이 봐야 할 미래의 이야기.”
– 김봉석 | 문화 평론가
시놉시스:
멈추지 않는 열차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풀리지 않았던 의문에 만화가 답하다
얼어붙은 지구에서 수십 년을 방랑해 온 설국열차.
폭력과 권력 투쟁의 무대가 된 열차에서 살아남은 자들에게 어느날 대양 반대편에서 울리는 신호가 포착되고, 그들은 객차와 승객을 상당 부분 버리면서까지 얼어붙은 바다를 건너가는 모험을 단행한다. 이제 열차는 목적지에 다다랐고, 추위를 이기는 훈련이 되어 있는 네 명의 정찰대원이 생존자들을 만나기 바라는 마음으로 신호의 진원지를 탐색하러 나선다.
그러나 그곳에서 찾은 거라고는 얼어붙은 시체, 음악이 연신 흘러나오는 송신 장치뿐이다. 혼란과 분노로 폭발 직전의 상황에 놓인 군중에게 페허 지하에 ‘종착역’이 존재한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지고, 쥐 가면을 쓴 인간이 그들 앞에 홀연히 나타난다. 인간이 우주 정복을 꿈꾸었던 시대의 유산인 ‘퓨처 랜드’에서 온 그들은 과연 인류를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할 선지자인가?
절망에서 출발한 마지막 설국열차
디스토피아 SF의 신기원을 열다
1984년 첫 출간 이후 『설국열차』는 현대 사회의 암울한 미래상을 다루는 디스토피아 SF, 그중에서도 종말 뒤의 신세계를 다룬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대표격 작품으로 손꼽혀 왔다.
계급 구조를 상징하는 칸막이가 달린 1권 『탈주자』의 ‘진짜’ 열차에서 가상현실에 중독된 승객들이 탄 2, 3권의 SF적 열차까지, 냉전과 세기말을 반영하며 배경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설국열차』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한 치의 희망도 허용하지 않는 절망이었다. 인류를 구원하러 노력하는 주인공 앞에 그들의 희생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 매순간 처절하게 드러난다. 이 만화는 갈등과 대립, 탐욕이 불러오는 파국 앞에서 쉽게 희망을 제시하지 않았다. 냉혹하고 탐욕스러운 계급 사회의 생리, 거짓을 설파하는 종교와 이것이 결탁했을 때의 혼란, 진실을 은폐하고 긴장을 고조시켜 이득을 얻으려는 지배 집단 등 현실 세계의 모습을 『설국열차』는 세밀하게 그려 냈다.
3권 출간 이후 15년이 흐른 지금, 장마르크 로셰트는 올리비에 보케와 함께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퓌그와 발 부부를 앞세워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처럼 보였던 절망 뒤의 이야기를 구성했다. 그들은 이번에는 열차 안이 아니라 열차가 멈춰선 지하 도시, 낙원을 꿈꾸는 인류의 무리를 새로운 디스토피아의 무대로 삼았다.
난민 위기에서 핵 문제, 우생학과 트랜스휴머니즘(과학으로 사람의 정신적, 육체적 능력을 개선하려는 문화적 운동)의 일탈까지 현재의 지구를 반영하며 빈틈없이 배치된 소재 속에서 그들은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설국열차의 운명을 결정할 ‘선택’을 하게 된다. 그들의 선택은 과연 옳았을까?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반세기 가까이 생명력을 잃지 않으며 디스토피아 SF의 전설로 군림해 온 설국열차의 이야기. 앞으로도 드라마를 비롯한 많은 영역으로 진화가 예정되어 있지만, 그 모든 이야기의 ‘종착역’으로 수렴하게 될 『설국열차 종착역』의 결말을 세미콜론과 함께 만화책으로 즐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