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5년의 세월을 넘어 한국에 돌아온 교육 만화의 혁명, 드디어 완결!
원제 鈴木先生 9
글 다케토미 겐지 | 그림 다케토미 겐지 | 옮김 안은별
출판사: 세미콜론
발행일: 2016년 2월 29일
ISBN: 978-89-8371-762-7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5x210 · 178쪽
가격: 9,000원
2015년 한해 만화 마니아뿐만 아니라 일반인과 실제 교육 종사자에게까지 화제가 된 한 만화 시리즈의 마지막 권이 출간되었다. 그 주인공은 잡지 데뷔 전부터 동인 서클 활동을 하며 만화 표현의 가능성을 꾸준히 모색한 일본의 만화가 다케토미 겐지의 단행본 『스즈키 선생님』이다. 이 작품은 아오야마 가쿠인 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한 자신의 교육 실습과 연극 활동 경험을 살리고, 그 위에 문학 작품의 깊이를 추구한 본격 ‘문예 만화’로 2005년부터 6년간 일본의 만화 출판사 후타바샤의 청년 대상 잡지 《망가아쿠숀》에서 인기리에, 아니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연재되었던 문제작이자 화제작이다. 이를 증명하듯 이 작품은 2011년 4월에는 TV 도쿄에서 드라마화되었고, 2013년에는 영화로 상영되면서 만화계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 전체에 큰 울림을 준 바 있다.
『스즈키 선생님』은 일찍이 국내에도 2011년 단행본 1권이 출간된 바 있으나 이후 오랫동안 후속권 출간이 이루어지지 않아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꾸준히 출간 요청이 있어 왔다. 이에 세미콜론에서는 높은 예술성과 사회적 주제 의식을 가진 『스즈키 선생님』의 완결 프로젝트를 재시동, 2015년 10월부터 두 번에 나누어 1~8권을 출간한 데 이어 2016년 3월 9~11권을 동시 출간함으로서 전 시리즈를 출간 완료하였다.
작가 다케토미 겐지는 숙적과의 대결이나 살인 사건 같은 큰 사건 사이사이에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테마를 짜 넣는 기존 만화와는 정반대로 ‘작은 사건들 속에 커다란 테마를 쌓아올리는 것’을 테마로 잡고, 일본이라는 점만 빼면 우리의 학창 시절과 별다른 구석이 없는 한 중학교를 『스즈키 선생님』의 무대로 삼았다. 주인공인 스즈키 역시 일본에서 두 번째로 흔한 성씨를 가진 보통의 국어 교사이다.(성 외에는 이름도 언급되지 않는다.) 그는 그렇게 어디에라도 있을 법한 보통의 중학교 2학년들을 가르치면서 학교 밖에서 본다면 너무나도 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수많은 사건에 직면한다.
그러나 이렇게 ‘리얼함’을 추구하면서 『스즈키 선생님』은 오히려 지금껏 만화계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도 다루지 않았던 진정한 교육 현장을 다루는 작품이 되었다. 중학생 아이들이 모여 있는 것만으로, 쉽게 해결될 수 없는 갈등의 시발점들이 어디서나 보인다. 급식으로 카레가 나올 때마다 이상한 소리를 하는 한 아이의 식사예절이 문제가 되고, 문화제 연극에서 배역을 맡지 않으려는 아이의 숨겨진 사정이 문제가 된다. 때로는 선을 넘어 버린 중학생 커플을 앞에 두고 내키지 않는 성교육을 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몰리거나, 제자를 향해 피어오르는 그릇된 연정에 번민하기도 한다.
이 날것 그대로의 현실 앞에서 미디어를 통해 그동안 우리에게 친숙했던 ‘열혈, 또는 완성된 교사’는 없다. 제자들에 대한 애정을 갖고 그 어떤 경우에도 올바른 해답을 아이들에게 찾고 전해 주려 하는 이 평범한 선생님은, 그래서 항상 좌절하고 고뇌한다. 그 고뇌는 그가 문제의 해답이 적어도 자신에게 이해되어야 하고, 또한 그것을 아이들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만 올바른 지도라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가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 보려 노력하는 각각의 과정에서 만화는 패러디나 개그 없이 인물의 갈등과 주인공의 심리 묘사에 의지해 문제의 핵심을 파고든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 성장해 가는 교사의 모습 또한 『스즈키 선생님』 안에 있다.
“학교는 사회의 거울이다.”라는 말에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하나의 사회로서 밀도 높게 그려진 중학교 교실. 그 안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치열하게 소통하며 해답을 찾는 『스즈키 선생님』의 장면들은 입시를 위한 지식 주입이 목적이자 이유가 된 한국의 공교육에서 자란 독자에게 묵직한 충격을 안긴다.
“어른들이 나서서 바꿔야 할 학교의 모습이, 선생님들이 스즈키 선생님만 같았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의 해답은 완벽하진 않았지만 아이들과 같이 고민했고 노력했다.”
“부디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지 않고, 자격과 책임을 설명해 주는 스즈키 같은 교사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닌 질문이다. 교사가 교육과 학생에 대한 질문을 멈추는 순간, 교사의 성장도, 학생을 위한 더 나은 교육도 불가능해진다. 내가 『스즈키 선생님』의 모든 내용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인들에게,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자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스즈키 선생님』은 교육에 대한 질문을 깊고 다채롭게 하도록 도와주는 촉매제이다.”
위 글은 ‘스즈키 선생님을 응원해 주세요!’ 릴레이 서평단 참여자들이 작성한 실제 서평 내용이다. 교육에 대한 깊이 있는 고뇌가 담긴 『스즈키 선생님』의 세계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기 위해, 세미콜론은 세 번으로 나누어 출간되는 『스즈키 선생님』 만화책을 참여자가 한 번 받고 서평을 남기면 그다음 서평단에도 자동으로 참가되는 방식의 릴레이 서평단 이벤트를 기획하였다. 2015년 11월 1차 50명(1~4권)으로 시작해 뜨거운 호응 속에서 2개월 뒤 2차 80명(5~8권)으로 규모가 늘어난 이 서평단은, 현재 마지막 3차(9~11권) 서평단만을 남겨 놓고 있다.
임용 고시를 준비하는 교사 지망생, 학원 강사와 학부모에서 만화 카페 대표, 만화 매니아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인 이 서평단에서 참여자들이 입을 모아 말했던 사항은 바로 『스즈키 선생님』에서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었다.
사실 누리과정 예산과 소규모 학교 통폐합 사건으로 불거진 교육청과 교육부의 갈등, 2015년 한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국정 교과서 문제 등에서 교육의 주체인 학생은 늘 고려의 대상 밖이었고, 우리 국민 또한 그들과 무관하게 일이 진행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 시각에서 볼 때 교육의 주체를 항상 학생에 두고 정해진 정답이나 선입견 없이 문제에 뛰어드는 『스즈키 선생님』의 모습은 더욱 생경하게 다가온다. 그는 학생이 자신과 동등한 인격체임을 인정하고, 제자들의 성관계 같이 한국에서라면 너무나도 답이 뻔한 문제 앞에서도 그들과 이야기하고 소통하며 해답을 ‘찾아 가려’ 한다.
교사에 갓 임용된 친구에게, 학교에서 힘들어하고 있을 아이들에게 이 책을 전해주고 싶다는 그들의 목소리에는, 상하 관계 속의 일방적 전달 대신 학생과 교사가 서로를 성장시켜 주는 진짜 교육의 모습을 담은 『스즈키 선생님』으로 우리 교육이 더한층 깊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처럼 시대와 국경을 넘어 많은 호응, 또는 논쟁을 일으킨 작가의 교육 고찰과 해결법과 함께, 『스즈키 선생님』의 마지막 출간분인 9~11권에는 다케토미 겐지 스스로 ‘즐겁고 자극적, 오락적인 대작’이라고 공언했던 두 장편 에피소드 ‘학생회 선거!’ 편과 ‘문화제’ 편이 실려 있다. 이 두 에피소드는 2011년 총 10부작으로 방영된 드라마의 후속작으로서 2013년 1월 일본 전역에서 개봉된 『스즈키 선생님』 극장판의 주요 소재이기도 하다.
개인의 고뇌를 치유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 이야기로서 무대의 중심에 ‘학생 지도실’이 놓여 있었던 전반부(1~4권), 공원에서의 소집단 지도, ‘스즈키 재판’과 같은 교실 전체의 지도를 그렸던 중반부(5~8권)에 이어, 여름방학을 지나 2학기 편으로 넘어가면서 학년과 학교 전체를 무대로 더 복잡한 갈등을 그린다.
투표율만을 목표로 ‘무효 투표 박멸 캠페인’을 벌인 학생회장 선거 방식에 직접 후보로 나서는 방법을 통해 보이콧을 한 학생의 이야기(학생회 선거 편)와 사회에서 위험 분자로 낙인찍히면서 안식처를 찾지 못하고 끝내 폭주해 버린 청년의 이야기(문화제 편)에서, 다케토미 겐지는 학교 안 사회를 ‘현실의 축소판’으로 그려내며 주인 의식 · 참여 의식의 문제와 의견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란 어떤 것인가란 문제를 교묘하게 독자에게 던지고 있다. 『스즈키 선생님』 극장판 또한 2012년 12월 일본의 제46회 중의원 총선거 직후와 개봉 시기가 맞물리면서, 단순한 학원물을 넘어선 이야기로서 일본 사회에 많은 화두를 던졌다.
‘리얼함’을 무기로 교육과 사회에 목소리를 내면서 만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려 시도한 다케토미 겐지의 『스즈키 선생님』. 국정 교과서로 교육의 목표 자체가 위협받고, 시민 사회의 역할이 더한층 요구되고 있는 현재의 한국에서 이 만화는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갖지만 누구도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던 교육 문제를 이야기할 계기이자, 또한 학교라는 우화(寓話)로 그려진 일본 사회의 모습에서 우리가 참고해야 할 메시지로 큰 가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