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문학의 행복한 만남
색채의 마술사 샤갈의 그림으로 고전을 읽는다
괴테가 극찬한 연애 소설의 원조 국내 최초 번역
고대 그리스의 푸른 자연 속에서 꽃핀 염소치기 소년과 양치기 소년의 로맨스
아름다운 삽화가 곁들여진 문학 작품은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최상의 궁합. 샤갈이 그린 삽화가 수록된 『샤갈의 다프니스와 클로에』를 통해 읽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동시에 누려 보자. 물론 이런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고흐와 더불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이자 시인, 몽상가, 꿈의 화가, 색채의 마술사라고 일컬어지는 샤갈의 그림이고, 또한 주제가 ‘사랑’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특별하다. 저자 롱고스의 말대로 “사랑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예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2~3세기에 그리스 레스보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목가적 산문 『다프니스와 클로에』는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염소치기 소년과 양치기 소녀의 운명적 사랑 이야기다. 흔히 인류 최초의 로맨스라 불리는 이 이야기에는 사랑의 설렘, 역경을 딛고 완성되는 사랑, 에로스적인 성애 등 가장 원형적이면서 보편적인 사랑의 모습들을 담겨 있다. 셰익스피어 등 후대 예술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괴테가 일찍이 인류의 가장 숭고한 예술과 문화를 구현하고 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은 이 이야기는 이번에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된다.
이제 막 사랑에 눈뜬 소년소녀의 애타는 열망과 순수함이 관능적인 성애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이 이야기는 거의 2천 년 전에 쓰여진 이야기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감각적이며 생생하다. 롱고스가 서문에 썼듯이 “사랑에 빠져 본 이들에게는 그 기억을 새로 되살려 주고 아직 해 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사랑을 가르쳐 주려는” 의도가 대부분의 고전들이 그러하듯 2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효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삽화 제작을 의뢰받았을 때인 1952년 샤갈은 두 번째 사랑인 바바(발렌티나 브로드스키)와 막 결혼한 때였다. 벨라의 죽음 후 한동안 붓을 놓기도 했던 샤갈에게 새로운 사랑은 새로운 삶이나 마찬가지였다. 샤갈은 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 빠져 삽화 제작을 위해 그리스를 두 번이나 방문했으며 그리스 자연의 푸른빛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따로 색깔을 만들기도 했다. 이 책의 삽화를 완성하기까지 거의 10년이나 걸렸다. 샤갈은 작품 한 점당 무려 25점 정도의 색판을 제작할 정도로 신경을 썼는데, 이 책에 수록된 총 42점의 석판화를 제작하는데 천 여개의 석판이 소요됐다고 한다. 색채의 마술사로서는 물론, 미술의 역사상 컬러 석판화에서 가장 빛나는 성과를 이룩했다고 하는 샤갈의 면모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가장 원형적이며 가장 보편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셰익스피어를 포함한 후대의 예술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문호 괴테는 이 책이 인류의 가장 숭고한 예술과 문화를 구현하고 있다고 그 아름다움을 극찬하며 이 작품에는 눈부신 순수의 햇살이 빛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 샤갈은 롱고스의 감각적 언어를 컬러 석판화로 황홀하게 부활시킨다. 이 대가의 손길에서 다프니스와 클로에가 펼쳐 보이는 장밋빛 사랑에의 열망과 순수한 꿈은 구체적인 모습을 띠게 된다.
-옮긴이의 글 중에서
샤갈은 매우 재능 있는 색채주의자이다. 그는 신비주의적이고 이교도적인 상상력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무언가를 위해 헌신한다. 그의 예술은 매우 감각적이다.
-기욤 아폴리네르
샤갈은 사랑의 화가다. 그의 그림 속에는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이 있어 설렘, 그리움, 열망, 질투, 상처와 한탄이라는 사랑의 모든 것들이 쉼 없이 쏟아져 나온다.
-이진숙(아트 디렉터, 『러시아 미술사』의 저자)
이 오래된 사랑 이야기가 21세기에 이토록 새롭고 아름다울 수 있다니! 청순하고 에로틱한 인물들에 가슴이 설렌다. 한 장면 한 장면 꿈속을 유영하는 듯한 샤갈의 그림은 부드럽고 섬세하며 색채는 한없이 투명하고 정감이 넘친다.
-신현림(시인,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