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적 상상으로 그려낸 한 남자의 비극적 일생과
그 뒤에 그리워진 현대사의 그림자
제2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아버지가 전사하고 홀로된 어머니의 손에 자란 크레이그. 그는 엄청난 속도로 멈추지 않고 계속 자라나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되는, 미국에서 가장 특별하고 유명한 남자가 된다. 그러나 어느 날 그를 찾아온 수상한 남자는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조건으로 한 가지 제안을 한다. 그 제안을 수락하고 크레이그는 삶의 편의를 제공받지만 존재 자체가 기괴한 현상일 뿐인 현실에 괴로워한다. 3층 높이가 넘는 키만큼이나 그를 짓누르는 무게도 커져 갔을 때 그는 어떤 결심을 굳히게 되는데……. 이제 그와 가장 가까웠던 세 여자 어머니, 아내, 딸이 거인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었지만 가장 고독했던 한 남자의 비밀스러운 인생과 양차 세계 대전과 냉전 시대를 가로지르는 참혹한 가족사를.
『거인의 역사』는 고독과 상실, 정체성의 문제, 무언가의 실체를 끊임없이 추적하는 인물, 초현실적 상상력, 고요하고도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 등 여러 요소가 폴 오스터의 소설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이 안에서 전쟁은 크레이그 가족에게는 일종의 유전병이며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파괴한 범죄다. 맷 킨트는 이 비극을 배경으로 세상에서 가장 크고 가장 쓸모 있으며 가장 좋은 구경거리였던 인물이 자기 존재를 상실해가는 과정을 맑은 담채화 스타일의 차분한 그림, 그러나 때로는 충격적인 비주얼, 건조한 단문들 속에서 보여준다.
만화계의 폴 오스터 맷 킨트가 그려 낸 ‘아메리카의 비극’
“우리가 돌봐줄 수 있어. 아내와 가족들도.
더 이상 다른 걱정은 안 해도 돼. 옷을 주겠네.
의료 지원도 할 거야. 안경도 맞춰 주고.
평생 모든 혜택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어.”
“어떤 회사에서 오신 거죠?”
“CIA.”
제2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아버지가 전사하고 홀로된 어머니의 손에 자란 크레이그. 그는 엄청난 속도로 멈추지 않고 계속 자라나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되는, 미국에서 가장 특별하고 유명한 남자가 된다. 그러나 어느 날 그를 찾아온 수상한 남자는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조건으로 한 가지 제안을 한다. 그 제안을 수락하고 크레이그는 삶의 편의를 제공받지만 존재 자체가 기괴한 현상일 뿐인 현실에 괴로워한다. 3층 높이가 넘는 키만큼이나 그를 짓누르는 무게도 커져 갔을 때 그는 어떤 결심을 굳히게 되는데……. 이제 그와 가장 가까웠던 세 여자 어머니, 아내, 딸이 거인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었지만 가장 고독했던 한 남자의 비밀스러운 인생과 양차 세계 대전과 냉전 시대를 가로지르는 참혹한 가족사를.?
작가 맷 킨트는 스파이 스토리를 즐겨 다루면서도 영웅의 활약상이나 첩보의 기술을 전시하는 대신 거대한 목적에 도구로 이용되는 개인의 비극적인 삶, 그리고 시대를 관통하는 불안한 정서에 집중해 온 작가다. 고독과 상실, 정체성의 문제, 무언가의 실체를 끊임없이 추적하는 인물, 초현실적 상상력, 고요하고도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 등 여러 요소가 폴 오스터의 소설을 연상시키는 『거인의 역사』는 헐리우드의 러브콜을 받으며 맷 킨트를 또 한 번 주목받게 한 걸작이다.
세 여자의 목소리로 한 남자의 삶을 이야기하다
이 이야기를 더욱 독특하게 만드는 것은 세 개의 장으로 나누어진 구성이다. 원제인 3 Story는 3층 높이가 넘는 크레이그의 특징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고, 또 세 편의 이야기로 나누어지는 책의 구성을 드러내는 제목이기도 하다. 크레이그의 엄마, 연인(아내), 딸이 각자의 시선으로 그를 관찰하고 그와 소통한 경험을 1인칭으로 풀어낸 세 개의 이야기가 모여 그의 삶 전체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전사자의 미망인으로 평범하지 못한 아들을 키우며 히스테리에 빠진 여자, 이상한 남자를 사랑해버린 자의식 강한 예술가, 그리고 아버지의 흔적을 추적하며 기록하는 소녀, 세 여자가 크레이그의 삶을 공동 저술한 평전이면서 동시에 세 사람이 자신의 삶을 써내려간 고백록이기도 하다.
초현실적 상상으로 버무린 우아하고 비극적인 미국 현대사
현대사의 장면들에 가공의 개인을 덧붙여 역사의 흐름에 휘말린 삶의 궤적을 드라마로 만드는 것은 「포레스트 검프」 이래로 익숙한 형식이다. 만화 속에서 언급되듯 댄서 조세핀 베이커, 마술사 후디니 등 스파이 활동을 했다고 알려진 유명 인사들의 목록에 슬쩍 크레이그 프레스갱의 이름을 끼워 넣고 광고, 서류, 책, 신문 기사 등 자료를 동원하여 그가 실재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교묘히 꾸며 페이크 다큐의 성격도 짙다. 그런데 맷 킨트는 이 지점에서 상상력을 초현실적 스케일로 키워, ‘거인’이 은유가 아닌 물리적 실체라는 뻔뻔할 정도로 과장된 설정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 그러나 신기한 한 남자의 모험담이자 영웅담이 될 수도 있었던 이 소재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비극과 충격으로 나아가고 만다. 이것은 ‘전쟁’이라는 키워드가 크레이그의 가족사와 미국 현대사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인의 역사』에서 전쟁은 크레이그 가족에게는 일종의 유전병이며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파괴한 범죄다. 맷 킨트는 이 비극을 배경으로 세상에서 가장 크고 가장 쓸모 있으며 가장 좋은 구경거리였던 인물이 자기 존재를 상실해가는 과정을 맑은 담채화 스타일의 차분한 그림, 그러나 때로는 충격적인 비주얼, 건조한 단문들 속에서 보여준다. 그래서 이 만화는 세상에서 가장 서정적인 스파이 이야기이며 가장 쓸쓸한 멜로드라마, 가장 아름답고도 비극적인 풍경을 담은 팩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