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에서 지금, ‘이야기’가 시작된다!
긴 무명 시절을 거쳐 단 한 권의 책 『주황색 스카프』로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오른 소설가가 있다. 그 후 깊은 슬럼프에 빠져 아무런 영감을 얻지 못한 채 허우적거리고 있는 그를 찾아온 삼류 기자. 원래 인터뷰를 극도로 싫어하지만, 차기작을 구상하던 중 독자의 솔직한 평가를 듣고 싶었던 작가는 구상 중인 소설을 듣고 감상을 말해달라는 조건으로 인터뷰를 수락한다. 『인터뷰』는 두 사람이 등장하는 대화 장면과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 이 두 가지 틀로 이루어진 액자식 구성의 만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현실과 작가의 이야기는 서로를 반영하며,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여버리는데…
앞뒤 상황을 알 수 없는 비장한 자살 장면으로 시작해, 그것이 작가가 쓰고 있는 소설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강렬한 오프닝, 부조리 코미디 같은 대화, 살인극과 총격 신을 지나 서정적인 풍경과 동화까지,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넘나드는 그림에 이질적인 것들을 자연스럽게 이어나간 연출력으로 『인터뷰』는 최고의 몰입도를 자랑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에피소드들, 반드시 마지막 장을 덮어야 초반 이야기에 숨겨진 비밀을 알 수 있게 되는 치밀한 구성은 비극이 주는 먹먹함과 충격, 소름 돋는 반전의 짜릿함을 선사한다.
“겪은 걸 바탕으로 쓴 것뿐이잖아! 진실한 글을 쓰려고 노력한 것뿐이지.”
루드비코 작가가 “작가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의문으로 작품 구상을 시작했다”는 만큼, 이 범죄 스릴러의 기둥은 이야기를 만드는 존재, 즉 창작자가 간직한 비밀과 그를 둘러싼 사건들이다. 과연 작가는 현실을 반영하는가?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는 진실한 것인가? 이야기는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이런 의문들을 바탕으로, 현실을 닮은 소설, 소설을 닮은 현실을 통해, 현실과 픽션이 경계를 무너뜨리며 서로에게 침투할 때 일어나는 기묘한 비극과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역시 경계를 판단할 수 없는 복잡한 세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창작론으로 시작해 윤리적 혼란, 삶과 운명에 대한 번민 등 점점 더 깊은 질문으로 독자를 몰고 가는 것이다.
다음 만화속세상을 뜨겁게 달군 화제의 웹툰! 드디어 정식 단행본으로 출간
총을 입에 문 남자로 강렬하게 시작되는 『인터뷰』는 짧고 굵게 날린 한 방으로 기억된다. 작가의 필명부터 그림 스타일, 작품의 배경 설정까지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짧은 연재 기간 동안 숨쉴 틈 없는 이야기와 강한 정서적 충격으로 독자들을 흔들어 놓은 이 만화는 연재 완료 후 더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마지막 회 이후 독자들이 결말에 대해 저마다 내린 해석들로 댓글란은 더 뜨거워진 것. 이렇게 오랫동안 생각하며 읽고 느낄 만하여 책으로 소장하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 만큼, 연재처였던 다음 만화속세상에서 제작한 한정판은 순식간에 완판되었으나, 구입을 놓쳐 아쉬워하는 많은 독자들의 바람에 힘입어 세미콜론에서 출간하게 되었다.
20페이지에 달하는 두 편의 단편 추가 수록
웹툰을 책으로 옮길 때의 편집 과정이 지난했지만, 다음 한정판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또 한 번 수정을 거쳐 보완했다. 효과음의 모양부터, 여백의 색깔, 서체, 컷 추가 등 세밀한 부분에서 작가와 편집부의 논의가 오간 끝에 만들어진 결실이다. 무엇보다 세미콜론의 『인터뷰』는 상황 상 뺄 수밖에 없었던 약 20페이지 가량, 두 편의 단편을 추가한 새로운 책이다. 분량과 맥락 때문에 누락되었던 두 단편 「샘 이야기」와 「독방」은 『인터뷰』 의 일부로 읽어도 무방하고, 독립적으로 읽어도 충분히 즐길 만한 이야기다. 루드비코 작가를 예의주시하는 독자들, 『인터뷰』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