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지향적 이미지와 미래지향적 개그 센스가 적절히 조합된 수작! -하일권(만화가)
★ 아스트랄한 그림체와 귓구멍을 후벼파는 대사들, 그의 그림은 언제나 제 짤방 폴더 안에 있었습니다. -정다정(만화가)
★ 사람들의 낯빛이 죄다 이상하고, 이목구비는 과감하게 단순하다. 옛스런 말투와 신종 비속어를 섞어 놓았다. 그래서 일상적인 소재로 만든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이상하다. 내 스타일이다. -장기하(가수)
들어는 보았나 ‘오라질년’!
한복을 입은 여성이 누군가를 향해 “오라질년”이라고 외치는 그림. 웹 메신저, SNS 등을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보았을 그림이다. 출처가 불분명한 채로 오랫동안 소위 ‘메신저 플픽’ 계를 주름잡았던 이 한 장의 이미지는 2002년 잡지 <야후 매니아>에 실렸던 데니코 작가의 만화 「나는야 코옴퓨터 일세대」 중 한 컷으로, 개화기를 배경으로 마님과 하녀의 이야기에서 마님이 하녀의 아둔함을 탓하는 장면이다.그 만화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탄생한 것이 2009년 스카이 홈페이지에서 연재되었던 「자유부인」이다. 「자유부인」은 수상한 과거를 뒤로 한 채 신여성으로 거듭나려는 마님과 은근히 윗사람 찜 쪄먹는 식모 점년이가 펼쳐가는 괴상한 생활 웹툰. 그즈음 우리의 근대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긴 했지만 어떤 만화가도 주목하지 않았던 시대를 가져와 기상천외한 비주얼과 센스, 유례없이 막 나가는 여성 캐릭터, 가차 없는 질타가 난무하는 대사들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자유부인」은 일 년간의 연재를 마친 후, 2010년부터 네이버 웹툰 베스트도전 코너에서 계속되고 있다. 베스트도전에 머물기엔 아깝다는 평이 초반부터 이어지며 늘 높은 평점, 댓글수를 자랑하는 재야의 걸작이다.
정체 모를 두 여자의 신개념 라이프 스타일!
『자유부인』은 개화기 조선에 살고 있는 마님과 점년이가 신문물을 접하고 놀라워하는 경험을 주된 소재로 삼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마치 실제로 개화기 여성들이 신문물을 받아들였던 경험을 현실성 있게 그리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이 ‘신문물’은 개화기 당시의 것이 아니라 가전제품부터 통신기, 컴퓨터 게임과 나이트 클럽 등 최근의 것들이다. 마님과 점년이의 관계 또한 요즘 직장의 고용주와 직원의 관계. 즉 『자유부인』은 개화기의 스타일을 빌어 현재의 문화를 버무려 낸 하이브리드 만화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이 만화가 현대의 생활상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현실을 과장하고 왜곡하고, 작가의 뜬금없는 판타지, 전혀 있을 수 없는 설정 등이 마구 섞여 있다. 실제 생활에 단단히 밀착하여 공감을 이끌어내는 최근 생활 개그 웹툰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취하지만 굉장한 흡인력과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그 힘의 바탕에는 황당할 정도로 강력한 작가의 상상력이 있지만, 또 한편에는 톰과 제리 같은 앙숙이자 때로는 단순한 상하관계나 계급 차를 넘어 최고의 단짝이 되는 마님과 점년이의 콤비 플레이가 있다. 회를 거듭할수록 두 사람은 독자마저 우정을 느끼게 되는 기묘한 친밀감을 뿜어낸다. 여성 캐릭터에 대한 섬세한 묘사 때문에 데니코 작가는 오랫동안 여자라고 오해받기도 했다고.
암울하지만 다채로웠던 개화기 조선의 풍경
데니코 작가는 여러 문화가 혼재되어 있던 개화기의 자유롭고 틀이 덜 잡힌 분위기, 여전히 조선의 전통이 생활을 지배했지만 한편에서는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서구의 문물과 문화가 그대로 들어와 신과 구가 어색하게 혼재되어 있던 풍경, 그리고 이 시기가 문화가 대량으로 소비되고 대중화되던 시기였음에 주목했다. 그리고, 신문명을 접하고 놀라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발랄하고 코믹한 느낌을 읽어냈다. 여기에 평소 신윤복의 「이부탐춘」이나 「춘향전」에서 보이는 ‘계급차가 있는 두 여성의 관계’에 대해 갖고 있던 호기심을 결합하여 황당하면서도 유쾌한 세계를 빚어낸 것.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아끼꼬 여사라는 일본인 이웃도 황당한 개그 캐릭터로 등장한다. 민족적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지만 지배국민인 아끼꼬 여사를 희롱하고 압도하는 마님과 점년이의 모습은 통쾌함까지 선사한다. 『자유부인』의 가장 독특한 부분은 내용 뿐 아니라 그림에도 개화기의 형식을 빌어왔다는 것이다. 원색들이 슬쩍 슬쩍 어긋나 싸구려 인쇄술로 찍은 것처럼 보이는 복고적인 그림은 개화기 무렵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제작되었던 책 형태인 ‘딱지본’의 스타일이다. 딱지본은 신식 활판 인쇄기로 저렴하게 만들어져 주로 통속적인 대중 소설의 보급과 확산에 기여했다. 고급스럽고 싶지만 철철 넘치는 싼 티가 매력인 두 여자를 메인 캐릭터로 하는 『자유부인』에 꼭 어울린다. 이렇게 역사 속에서 사라진 문화에 주목한 것, 그리고 만화의 소재와 형식을 일치시키려 했다는 것은 참신하고 의미 있는 시도로 남을 것이다.
엘레강스하고 하이퀄리티한 부록이 가득!
베스트도전 코너에서 오래 연재해왔지만 정식 웹툰으로 승격되지 않아 늘 독자들의 의구심을 받고 있는 「자유부인」. 독자 댓글 중 대부분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네이버 관계자는 뭐 하는 거냐!”는 내용이다. 이런 독자들의 안타까움이 단행본 출간으로 해소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했다. 바로 초판 한정 독자 선물. 스티커와 종이 인형, 그리고 완전히 새롭게 그린 싸구려 관광 엽서 풍의 엽서 세트를 증정한다. 특히 종이 인형은 마님과 점년이, 두 버전으로 만들어져 각각 상권과 하권에 들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