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고스트 월드』의 작가 대니얼 클로즈 신작 출간!
원제 Wilson
글 대니얼 클로즈 | 그림 대니얼 클로즈 | 옮김 박경식
출판사: 세미콜론
발행일: 2012년 2월 16일
ISBN: 978-89-8371-017-8
패키지: 하드커버 · 변형판 159x241 · 80쪽
가격: 12,000원
분야 그래픽 노블
지리멸렬하고 가식으로 가득한 세상에 맞서 뻔뻔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냉소, 기괴한 유머로 일관하여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던 『고스트 월드』와 『아이스헤이번』의 작가 대니얼 클로즈. 현대 사회의 우울과 삶의 아이러니를 포착하는 데 일가견을 보이며,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김씨 표류기」의 이해준 감독, 「올드보이」, 「박쥐」의 박찬욱 감독의 강력 추천을 받은 대니얼 클로즈가 『윌슨』으로 다시 찾아왔다.예의 그 대책 없는 비아냥, 날선 비판, 깊은 비관과 절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대니얼 클로즈 특유의 ‘인간 혐오’가 한층 더 또렷하게 새겨진 『윌슨』은 그의 개인 만화잡지 《에이트볼》에 연재되지 않고 단행본으로 바로 출간된 그의 첫 그래픽 노블이다.
“우리가 우리 딸을 납치했다는 것 땜에 마음이 좀 불편해, 윌슨!”
아버지와는 평생 불화를 겪었고, 아내와도 이혼한 후 외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윌슨은 세상과 사람들을 향해 늘 불평불만과 독설을 씹어뱉는 괴팍한 성품의 중년 독신남.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고 완벽한 혼자가 되어 개 한 마리에 정성을 쏟으며 살고 있다.그러던 그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임신한 채 헤어졌던 아내가 아이를 지우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수소문 끝에 아내 피피와 다시 만나 십 대가 된 딸을 찾아 나선다. 16년 만에 친부모를 만나 혼란스러워 하는 딸 클레어를 데리고 그와 피피는 가족여행을 떠난다. 다만, 보호자인 양부모에게는 말 하지 않은 채……. 이제 그를 둘러싼 세계는 달라질 것인가?
다면적인 캐릭터를 드러내는 실험적 형식
사회에 냉철하고 지적인 비판을 던지는 지성인인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웃에게 거침없이 험한 욕을 내뱉는 상스러운 남자. 개를 살뜰히 보살피는 애견인이면서 동시에 개똥을 친지에게 우편으로 보내는 지독한 인간. 윌슨은 마치 인격이 여럿인 듯 정체를 파악하기 어렵다.이런 다면적인 캐릭터는 독특한 형식을 통해 시각화된다. 스토리를 일반적인 극화 형식으로 잇지 않고 의도적으로 조각내어 연결이 흐릿한 에피소드들로 구성해 나열하고, 그 에피소드들을 서로 다른 화풍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각각의 화풍은 미국의 전통적인 신문 연재만화 형식 ‘코믹 스트립’ 장르에 대한 오마주다. 『아이스헤이번』에서 이런 스타일을 통해 복잡다단한 난장판인 어느 동네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 『윌슨』에서는 이에 더해, 책의 면지와 속표지에 각종 서체로 적혀 있는 윌슨의 이름처럼,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캐릭터의 특성을 표현하고 있다.
염세와 비관의 신천지, 대니얼 클로즈의 세계
윌슨을 만나는 독자들은 심한 피로에 시달릴 것이다. 그가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부정적인 말들과 타인을 향해 퍼붓는 공격적인 언사 때문이다. 정작 자신의 삶이 점점 더 깊고 어두운 구렁텅이로 떨어지고 있는 것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주공격 대상은 잘 나가는 멀쩡한 직장인들이다. 특히 금융권, IT 업계, 컨설팅 업계에 속한 사람들, 즉 최첨단 주류 사회의 핵심 멤버들은 참을 수 없는 족속들이다. 세속적인 성공에 눈이 멀어 시스템의 일부로 전락한 한심한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공격하며 문명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듯하지만 결국은 도를 넘는 비관주의로 자신을 몰아가는 윌슨의 이 냉소는 결국은 자기 부정으로 귀결된다.염세와 비관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할 만큼 부정과 냉소의 진수를 뿜어내던 윌슨은 가족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의외의 결과와 맞닥뜨린다. 존재조차 모르고 있던 딸을 만나게 된 것. 그는 이 사건을 통해 모순과 위선으로 가득 찬 비참한 세상에서 깨달음과 위안을 얻게 된다. 그러나 전처와의 재회나 딸과의 만남은 드라마적 감동을 자아내지 않고, 희망을 발견하고 다시 그 희망에 배신당하는 삶은 계속 이어진다. 그토록 잔인했던 삶에서 살아갈 의미를 발견하려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홀로 쓸쓸히 남겨진 초로의 윌슨의 모습은 더욱 비극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희한한 논리와 독설을 참아내고, 초라한 윌슨의 뒷모습에 연민을 느낄 때쯤엔 절망이나 희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생의 진리가 슬그머니 얼굴을 드러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