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 애니메이션 「나스, 수트케이스의 철새」 원작!
‘가지’를 주제로 한 걸작 연작 단편집 2
일본 만화의 세계는 넓고도 깊지만, 소년/ 청년 만화가 아닌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작가들의 작품 중 상당수는 아직 국내에 정식 발매 되지 않고 있다. 구로다 이오우 역시 이번에 한국 독자들에게 첫 소개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가지’만 등장하면 나머지 내용은 자유다! 만화가에게 이런 조건은 매우 파격적일 수도, 혹은 스트레스일 수도 있다. 먹는 ‘가지’를 가지고 이처럼 재미난 에피소드를 엮어낼 수 있는 작가가 얼마나 될까? 구로다 이오우의 작품에서 ‘가지’는 평범한 소재이지만 중요한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드라마, SF, 시대극까지 포함하는 장르적 변형과 일상의 내밀한 관찰이 돋보이는 시퀸스, 평범한 주인공들의 멋진 대사를 보다보면 가지를 싫어하는 독자일지라도 어느새 가지가 좋아지게 될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가지』는 일본에서 《월간 애프터눈》의 연재작을 모아 3권으로 나왔다가 애니메이션 제작 이후 2009년 2권으로 재편집한 신장판을 정본으로 삼았다.
문학과 영화 연출에 관심이 있다면,
구로다 이오우의 이 연작 만화에 주목해야 한다!
심야에 가지를 먹은 신혼 커플의 여성이 티셔츠를 벗지 않고 브래지어를 벗는다. 뒤로 후크를 빼서 손을 넣어 스트랩을 당겨서 팔을 빼고, 앞으로 툭하고 빼내고 눕는다. 여자만이 알고 있는 브래지어를 벗는 방법, 자기 전 피곤할 때 누구나 하는 ‘상의를 입은 채 브래지어를 벗는 방법’. 이런 걸 그리는 남성 만화가가 있었던가?
구로다 이오우의 만화는 특별하다. 붓의 질감이 느껴지는 작화풍이 우선 눈에 띄지만, 그림의 독특함보다 스토리와 장면의 구성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에피소드를 보다보면 하나의 단편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그의 만화가 영화의 시점을 매우 닮아 있기 때문이다. 작은 소품이었던 「안달루시아의 여름」이 40분짜리 애니메이션으로 훌륭히 옮겨질 수 있었던 것도 놀랍지만, 이 단편의 모든 장면이 화면으로 고스란히 옮겨진 것만 봐도 이 작가의 시선이 매우 정교하게 장면을 구상해놨음을 알 수 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단편집에는 사이클 레이싱을 소재로 한 단편이 하나 실려있다. 동명의 애니메이션 원작이 된 「가지, 수트케이스의 철새」가 그것이다. 자전거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원작과 애니메이션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제법 즐거울 것이다.
목차
후지산의 싸움(전편) – 1
후지산의 싸움(후편) – 27
늦여름 문안 -51
이사 -75
구운 가지에 맥주 – 199
전광석화 – 123
좋은날 – 147
가지의 여행 – 171
한 사람 – 195
생각하는 사람 – 219
수트케이스의 철새 – 243
여름이 온다 – 267
As time goes by – 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