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식물들이 재탄생하는 곳!
재개발 단지에 이주민이 버리고 간 식물을 구조해 분양하는
‘공덕동 식물유치원’의 유기식물 구조 프로젝트!
“인간이라는 생물을 분류하는 기준은 뛰어난 지능이나 기술력, 모험심 같은 것이 아닌,
타인과 타생물종을 향해 갖는 책임감이며, 그 마음을 행동으로 다할 때
우리는 비로소 인간다워진다는 사실을 이 책의 저자가 몸소 보여줍니다.”
이소영(식물세밀화가, 『식물의 책』저자)
‘유기식물’을 분양하는 ‘공덕동 식물유치원’ 탄생!
버림받은 식물에게 새 가족을 찾아드립니다
이 책의 저자 백수혜 작가는 공덕동의 조그마한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 온 후 어느 날 우연찮게 재개발 단지를 마주친다. 놀랍게도 이주민이 길가에 버리고 간 수많은 물건의 대다수는 식물이었다. 화분만 챙겨 갔는지 화분 모양대로 흙과 함께 굳어진 식물이 있는가 하면, 잡동사니가 가득 담긴 상자에 끼어 있는 식물, 음식물 쓰레기 틈에 방치된 식물, 심지어 멀쩡한 식물이 화분 통째로 우두커니 폐허를 지키고 있었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식물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만큼 많은 식물이 버려지고 있던 것이다. 공사가 시작되면 식물들이 한순간에 사라질 것이 안쓰러워 하나씩 구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기식물 구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 책은 그가 재개발 단지에서 마주친 식물을 구조하고, 트위터에 ‘공덕동 식물유치원’ 계정을 개설하고, 모든 재배 방법을 동원해 식물을 키워보고, 되살린 식물을 사진 찍어 사연과 함께 분양 글을 올리고, 입양자를 만나 졸업시키면서 일어난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다. 동물에만 국한되어 있던 ‘유기’ ‘구조’ ‘반려’ 등의 개념을 식물에 새롭게 적용해 유기식물에게 반려인간을 찾아주는 ‘공덕동 식물유치원’은 일부 언론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생태 감수성에 대한 새로운 발견’인 셈이다.
식물을 원생에 비유해 ‘친구’라고 호칭하는 그는 현재까지 100여 명의 친구를 졸업시켰다. 집에서 흔히 키우는 알로카시아, 장미허브, 비비추 외에도 길가에서 구조하지 않으면 접하기 어려운 뱀딸기, 여뀌, 쑥, 애기똥풀이 있고, 토종 자생종인 국화, 구절초, 인동덩굴, 바위취, 사철나무, 섬초롱꽃 등 30종이 넘는 친구들을 구조하고 분양하였다. 구조한 식물 이야기 외에도 먹으려고 키우는 ‘채소반’ 식물들, ‘식물유치원’과 공생하는 ‘곤충유치원’ 에피소드도 담겨 있다. 그의 작은 꿈은 언젠가 ‘공덕동 식물유치원’ 동창회를 열어 졸업한 친구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다 같이 모이는 것이다.
그는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다육식물과 허브 종류 정도만 키워본 평범한 식집사였지만, 버려진 식물을 데려오며 느낀 책임감과 이파리 하나에 일희일비하며 깨달은 생명의 소중함을 통해 ‘초보’라는 딱지는 식물과 공존하는 데 있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버려진 식물을 꽃망울이 터지는 4월, ‘공덕동 식물유치원’의 초록빛 소란과 함께 따뜻한 봄을 맞이해보자.
세상에 버려져도 괜찮은 건 어디에도 없으니까
식물에게 배운 작은 것도 소중히 여기는 태도
“버려진 식물을 보시면 알려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구조하려 합니다. 집에서 혹은 가게에서 키우기 힘들어 보내고 싶을 때도 알려주세요.”
2021년에 개설한 트위터 계정 ‘공덕동 식물유치원’의 두 번째 글이다. 저자는 어쩌다 버려진 식물을 들여다보게 되었을까. 그는 지난 10년간 영국에서 지내는 동안 단지 ‘동양인 여자’라는 이유로 배척받고 차별 당했다. 게다가 타국에서 지낸 시간이 길어 한국 문화에도 적응하지 못해 소외감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버림받은 것들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버려졌지만 굴하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내려는 식물에게 마음이 움직인 건 어쩌면 저자가 추구하는 삶의 태도였기 때문일까. 화분 없이 내팽개쳐져도 해를 향해 꼿꼿이 일어나는 식물의 얇은 줄기에서 그는 강한 위로를 받았다. 쓰레기 틈에 묻혀 있던 장미허브와 길바닥에 버려져 있던 알로카시아를 되살리려고 노력했던 순간들은 자신과 같은 소외된 것들에게 보내는 응원이었던 셈이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다. 종을 가리지 않고 데려온 식물들을 몇 없는 장비와 얕은 지식만으로 잘 키우긴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식물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초창기 시절엔 별의별 일들이 일어나기도 했다. 독성이 있는 알로카시아 구근을 맨손으로 잘라 몇 시간 동안 손이 따가운 채로 있어야 했고, 귀여워서 마냥 지켜보고만 있던 애벌레가 레몬나무 이파리를 다 갉아먹고, 동면에 들어간 식물이 죽은 줄 알고 뿌리를 뽑아버리거나, 목을 축이다 물에 빠져버린 벌을 구하는 등 식물을 키우지 않았더라면 겪지 못했을 일들이 매일같이 일어났다.
식물유치원을 운영한 지 어느덧 2년이 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식물을 들일 때마다 새로운 배움을 얻는다고 말한다. 더 이상 그는 버려진 식물에 연민을 느끼지 않는다. 폐허에서 살아남은 식물은 강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어디서든 적응하며 변화에 맞춰 살아낼 집념이 있다. 결국 저자는 식물을 기르는 지식을 넘어 식물을 통해 유연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식물을 구조한다고 삶이 크게 변하진 않지만,
꾸준한 책임감이 나를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게 한다.”
“원예의 궁극적 목적은 식물과 인간의 공존입니다. 그렇다면 공존을 위해 우리는 현실적으로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그 답이 이 책에 있습니다.”
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추천사 일부이다. 이소영의 말처럼 백수혜 작가는 식물과의 공존을 위해 우리가 현실적으로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제안한다. 재개발 단지까지 가지 않아도 길에서 구조할 수 있는 식물에는 무엇이 있는지, 뿌리를 해치지 않고 구조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어떻게 보살펴야 하는지 쉽게 알려줌으로써 구조 활동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 아닌, 누구나 어디서든 실천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이 책을 읽으면 매일 지나가던 길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무심코 지나쳤던 벽돌 틈새에 피어난 작은 꽃과 담벼락을 무성히 덮고 있는 덩굴식물에게서 뿜어나오는 생동하는 기운을 느껴보길 바란다.
‘공덕동 식물유치원’을 지금까지 운영할 수 있는 건, 화원에서 파는 우람한 식물과 달리 작고 볼품없는 식물에게도 아낌없는 사랑을 준 입양자들 덕분이었을 것이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지만 그의 도전에 물품과 정보를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식물계 친구들 덕분에 식물유치원의 내일은 걱정이 없다. 꼭 식물이 아니더라도 작은 것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들이 모이면 버려지는 생명은 줄어들 것이다.
“작고 소중한 마음들이 모이면 큰 움직임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당신이 있어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 꼭 전하고 싶다.”
1 어서 오세요, 식물유치원에
1 재개발 단지에서의 만남
2 그저 최선을 다할 뿐
3 식물유치원 개원
4 잊지 못할 첫 졸업생
5 다육이는 키우기 쉽다면서요
6 온라인 식물 친구들
7 초록손 친구
8 방아, 이웃의 선물
9 공덕동 곤충유치원
10 식물유치원의 겨울방학
11 채소반 친구들
12 초록색 담벼락
13 식물유치원 지킴이들
14 흔둥이에게 배운 것
15 먹는 식물도 있습니다
16 일년생 식물이 알려준 것
17 식물유치원 동창회
2 남겨진 것들은 강하다
1 초보 식집사에게
2 이름 불러주기
3 우리는 모두 친구!
4 식물 친구들과의 대화
5 내게 맞는 환경
6 유치원 실험장
7 우리의 산야초랜드
8 골목 이별 축제
9 죽은 식물의 세계
10 경험이라는 거름
11 자연스러움이란
12 다음을 위한 준비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