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도, 연재 회의도, 어시스턴트도 없다.
그럼에도 그린다. 아라카와 히로무 표 특제 소스 같은 만화를.
홋카이도 개척 농민의 자손으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농가에서 자라며 만화가가 되어 상경하기 전까지 7년간 농사일을 했던 일본의 인기 만화가 아라카와 히로무. 자신의 실제 경험을 기초로 농민의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묘사해 일본과 우리나라 등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녀의 농업 버라이어티 에세이 만화 『백성귀족』 7권이 세미콜론에서 출간되었다. 연재 15주년을 맞아 어느덧 『강철의 연금술사』와 『은수저』를 넘어서는 작가의 대표작이 된 이 만화. 일본을 강타했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도어(indoor) 생활이 강제되는 와중에서도 격월간 잡지 《윙스(ウィングス)》에 연재를 계속하며 애착을 보였던 작품답게 일본 현지 시리즈 누계 300만 부 돌파, 15주년 기념 원화전 개최 등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만화를 그리는 타고난 만화가
미증유의 국제적인 재난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급습.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아라카와 히로무는 거리두기 상황에서 만화를 그려낸다. 집안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DVD, 만화책이 가득이라 한시름 놓았지만, 다만 어시스턴트들 역시 각자의 집안에 있을 뿐. 신규 취재도 중단된 현실에 각 연재처의 지난 취재들이 소환된다. 쇼가쿠칸(小学館) 취재로 얻은 자료는 『백성귀족』, 신쇼칸(新書館) 취재 자료는 『은수저』에 사용한다. 이것이야말로 하나를 얻기 위해 하나를 내주는 등가 교환의 현실 법칙!
이농의 현실에도 넘치는 생명력,
농가는 방역에 강하다!
(연재 기준)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에도 아라카와 농원에선 다른 사람과 만날 일 자체가 없다?! 이유는 가뜩이나 사람보다 소가 많은 홋카이도의 현실에 있다. 인구 감소로 가게는 줄폐업. 하지만 농사든 축산이든 전염병을 늘 겪는 농가에는 소독액(소 축사용), 마스크(농약 살포용) 등등 방역 비품도 넘쳐난다고. 이 역시 마스크를 찾아 줄 서야 했던 도시 서민은 부러워할 백성귀족의 아이러니!!
소의 해에 그려낸 소 여사의 소 이야기
작가 아라카와 히로무의 소 사랑은 팬들 사이에 유명하다. 스스로를 이미지한 자캐(자작 캐릭터)가 소인 『백성귀족』만 봐도 잘 알 수 있을 듯. 그렇기에 2021년 신축년, 소의 해를 맞아 그린 에피소드들은 소에 대한 작가의 애정과 관심이 특히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것이 소의 개체 식별 번호 에피소드. 일본은 또 다른 국제적인 재난이었지만 사람보다는 소에 해당했던 과거의 광우병 파동 때(2001년), 지금의 소 개체 식별 번호 시스템을 만들었다. 일본에서 자란 모든 소는 10자리 숫자를 부여받고 이 숫자는 고기로 가공되어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까지, 심지어 부산물인 소가죽에도 기록되어 모든 과정을 검색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외국의 축산 관련 지식이 술술 읽히는 것 또한 믿고 보는 『백성귀족』만의 장점이다. (한국 역시 2008년 광우병 사태를 겪으며 쇠고기 이력제를 도입했고, 지금의 축산물 이력제로 확대 시행 중이다.)
이 외에도 프랑스 치즈의 비밀, 농가를 소재로 한 드라마의 캐스팅 비화, 익충과 해충의 차이, 가축과 산나물 도둑에 대한 성토, 특정한 냄새와 기억이 얽혀 있는 My ‘프루스트 효과’에 관한 이야기 등, 강렬한 공감과 신선한 놀라움으로 충만한 다채로운 에피소드가 한가득 담겨 있는 『백성귀족』. 코로나 재확산의 위험이 커지고 있는 엄혹한 시대에 날것 그대로의 웃음을 전해 주는, 15년의 세월을 통해 검증된 작품이다.
차례
72마리 … 3
73마리 … 11
74마리 … 21
75마리 … 29
76마리 … 37
77마리 … 45
78마리 … 55
79마리 … 63
80마리 … 73
81마리 … 87
82마리 … 97
부록 … 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