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만화의 클래식, 36년 만에 드디어 출간!
속편 「동쪽의 지평선, 서쪽의 영원」
번외편 「스페이스 스트리트」 수록한 완전판
『11인이 있다!』는 일본 소녀 만화계의 거장 하기오 모토가 1975년 9월부터 11월까지 《별책 소녀 코믹》에 연재한 중편 SF 만화다. 하기오 모토는 정해진 틀 속에 갇혀있던 70년대 일본 소녀 만화에 처음으로 SF를 접목시키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거장이다. 이 작품은 제21회 쇼각칸 만화상을 수상했으며 SF․추리 설정이 돋보이는 스토리, 개성 강한 캐릭터와 탄탄한 구성으로 이후 수많은 만화에 영향을 미쳤다.「속 11인이 있다! 동쪽의 지평선, 서쪽의 영원」과 번외편 「스페이스 스트리트」가 차례로 발표되었고 TV 드라마는 물론 영화, 애니메이션, 연극으로도 제작된 일본 만화 불멸의 고전 중 하나이다.
1998년 일본 《코믹 링크》 특집호에서 5천명의 독자를 상대로 설문 조사한 ‘일본인이 뽑은 걸작 만화 50선’에 그 유명한 『드래곤볼』, 『기생수』와 함께 공동 33위에 뽑히기도 했다.
하기오 모토, 소녀 만화계의 데즈카 오사무
1970년대 일본의 소녀 만화계에는 혁신의 기운이 불고 있었다. 이른바 ‘꽃의 24년조’(쇼와 24년생 작가들)로 불리는 1949년생 작가들의 등장이었다. 당시 네리마구의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던 하기오 모토와 타케미야 케이코(『바람과 나무의 시』)는 소녀 만화의 도식화된 흐름을 타파하고 장르에 구애 받지 않는 자유로운 화풍을 일으키게 되는데, 여기에 공감한 동년배 작가들(오오시마 유미코(『금발의 초원』, 『메종 드 히미코』), 이케다 리요코(『올훼스의 창』, 『베르사이유의 장미』), 아오이케 야스코(『에로이카의 사랑을 담아서』), 키하라 토시에(『안젤리크』), 야마기시 료코(『해뜨는 곳의 천자』) 등)이 가세하면서 소녀 만화계의 토키와장이라고 할 수 있는 오이즈미 살롱이 탄생하는 계기가 된다.
이들은 메이저 소녀 만화계에서 금기시 되어 왔던 동성애 코드라든가 소녀 만화의 상식을 뒤엎는 SF 판타지 설정을 도입하는 등 오늘날 일본의 소녀 만화계가 누리고 있는 다양성의 저변을 확립해 놓은 공로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하기오 모토는 SF, 러브 코메디, 싸이코 서스펜스까지 손대는 폭넓은 작풍과 명료한 스토리, 시적 감성으로 독특한 세계관을 만들었다. 여러 면에서 소녀 만화에 혁명적인 영향을 끼쳐 소녀 만화계의 데즈카 오사무라고도 불린다. 역대 일본 최고의 소녀 만화를 뽑는 앙케이트가 실시될 때마다 단 한번도 3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는 불후의 명작 『포의 일족』을 비롯해 『토마의 심장』, 『11인이 있다!』 등의 작품들은 하기오 모토가 왜 일본 소녀 만화계의 대모인지 증명해주는 걸작들이다.
이번에 국내 정식 출간된 『11인이 있다!』는 하기오 모토의 대표적 SF 만화로 우주대학에 입학하는 최종 코스인 10인 1조 테스트에 돌연 11명이 놓이게 되는 예측불허한 내용 전개로 극적인 긴장감을 잘 살린 수작이다.
스페이스 스릴러, 초대 받지 않은 한 사람이 있다!
지구에 있는 인류가 워프 항법(광속 항법)과 반중력을 발견하면서 우주로 진출하게 되고 몇 세기에 걸쳐 인류 이외의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들은 발견한다. 사바계, 세구르계, 로타계 등 여러 지적 생명체와 조우하면서 전쟁과 화해를 반복하다가 성간 연맹을 맺어 우주 공존 시대를 열게 된다. 그리고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성간 연맹이 설립한 우주대학에서 2년 반마다 한 번 열리는 입학시험을 치르기 위해 다양한 행성에서 저마다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테라계의 시베리스 출신의 주인공 타다는 우주 비행사가 되기 위해 시험에 응시한다. 2차 시험까지 통과한 수험생들이 마지막으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은 10명의 수험생이 한 팀이 돼 망가진 우주선에 탑승해 모두 힘을 합쳐 53일간 생존하는 것. 타다가 속한 팀이 폐 우주선 화이트호에 도착해 마지막 시험을 치르게 되지만 10명이 있어야 할 우주선에 놀랍게도 11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째서 11명이 있는 것일까?
추억의 애니메이션 ‘11인의 우주용사’ 원작 만화
이 작품은 동명의 애니메이션 또한 걸작으로 유명하다. 데자키 오사무 감독의 동생인 데자키 사토시가 감독을 맡고 데자키 오사무의 명콤비인 스기노 아키오가 캐릭터 디자인을 맡아 1986년 키티 필름에서 제작되었으며 극장에서도 개봉되었다. 국내에는 「11인의 우주용사」란 제목으로 1991년 9월 22일 KBS 추석 특집으로 방영되었고 같은 제목으로 비디오가 출시되어 있다. 아직도 당시의 감동을 간직하고 있는 팬들에게 이 책은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