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진짜 좋아하지 않고 비밀만 잘 유지된다면 바람피우는 것도 괜찮다.”
미드보다 흥미진진! ‘위기의 주부’ 보베리 부인의 위험천만 로맨스 일지!
영국 만화가 포지 시먼스가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연재했던 만화 『마담 보베리』는 ‘젬마 테이트’가 ‘찰리 보베리’와 결혼할 무렵부터 죽기까지 몇 달 동안 벌어진 일들을 담은 이야기다.
애인에게 차이고 울적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던 젬마는 술집에서 만난 이혼남 찰리와 결혼하게 된다. 자연 속의 평화로운 삶을 찾아 북적이는 런던을 벗어나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시골 마을에 정착한 보베리 부부. 그러나 젬마는 권태로운 생활, 불편하기 짝이 없는 환경, 천하태평 남편 찰리에게 지쳐간다. 그러다 시작된 부잣집 아들 에르베와의 불륜과 경제적 파탄으로 괴로워하던 어느 날, 젬마는 자기 집 부엌에서 갑작스레 질식사한다. 그녀를 호시탐탐 지켜보던 이웃의 빵집 주인 주베르는 그녀의 일기장을 몰래 가져와 읽으며 죽음 뒤에 숨겨진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는데…….
젬마 보베리, 엠마 보베리의 운명을 따라가다
문학 고전에 조금만 익숙한 사람이라면 ‘마담 보베리’라는 제목과 줄거리에서 뭔가를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마담 보베리』는 19세기 프랑스 작가 플로베르의 소설 『마담 보바리』를 현대를 배경으로 하여 재구성한 그래픽 노블로, 예리한 관찰력과 냉소적인 위트, 섬세하게 조율된 페이지 디자인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작가는 사실적이면서도 코믹한 분위기, 각 장면마다 적절하게 표현된 얼굴 표정들, 정교하게 계산된 글과 그림의 배치로 보바리 부인을 20세기 말 런던에 되살려냈다.
이 두 작품은 결말만 다르고, 주요 인물 설정과 중심 사건들이 거의 같다. 『마담 보베리』에서는 화자 주베르를 통해 『마담 보바리』를 언급하며 ‘과연 젬마 보베리가 소설 속 인물인 엠마 보바리의 운명을 따라갈 것인가?’라는 흥미진진한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져 읽는 재미를 배가한다.
● 캐릭터 비교
『마담 보바리』 – 『마담 보베리』
엠마 보바리 – 젬마 보베리
(엠마는 연애 소설을, 젬마는 잡지를 많이 읽어 두 사람 모두 낭만적 사랑과 행복한 인생에 대한 몽상으로 가득하다.)
샤를 보바리 – 찰리 보베리
(찰리는 찰스Charles의 애칭. 찰스를 프랑스어식으로 읽으면 샤를이다. 두 사람 모두 성격이 매우 둔하고 느긋하다.)
레옹 – 에르베
(두 사람 모두 법학을 전공하는 부잣집 아들로 엠마/젬마가 결혼하고 나서 처음으로 만든 애인이다.)
오메(약사), 뢰르(고리대금업자) 등 – 위지와 마크 부부, 주베르 부부 등 (돈 밝히거나 남의 일에 관심 많은 속물적인 이웃들.)
로돌프 – 패트릭
(엠마/젬마의 다른 애인들. 신사인 척 하지만 전형적인 바람둥이 스타일의 남자들이다.)
“그녀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행태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
『마담 보바리』의 부제가 ‘풍속의 연구’였을 만큼 플로베르는 근대가 막 시작된 19세기 농촌 소도시의 풍경, 사람들의 탐욕과 우스꽝스런 행태를 적나라하게, 또 풍자적으로 담아냈다. 포지 시먼스는 ‘프라다’를 좋아하고 집 꾸미는 데 열중하며 외국 생활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20세기 말의 영국 중산층의 행태와 언어를 예리한 관찰력으로 포착하고, 위트와 풍자를 담은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 냈다.
매우 피상적으로만 프랑스를 받아들이는 영국인들의 얄팍한 ‘이국 취미’, 고풍스런 인테리어와 오래된 집에 굴러다니는 ‘진짜 19세기 먼지’에는 감탄하지만 정말 낡고 불편한 집에서는 살기 싫은 이중성, 어리고 돈 많은 애인은 좋지만 딱히 책임지기는 싫은 마음……. 이런 심리를 가진 젬마 외에도 귀족입네 하며 사람을 깔보는 에르베의 엄마, 이혼 후 예의는 저버리고 상대방의 의무만 따지는 주디 등 『마담 보베리』의 주인공은 단지 젬마뿐이 아니라 이렇게 허영과 시샘, 무책임, 탐욕으로 가득한 우스꽝스런 인간 군상이다.
스토리텔링의 위업을 달성한 구성의 묘미
소재나 줄거리만이 아니라 이야기의 구성에 있어서도 『마담 보베리』는 독특한 방식을 취했다. 『마담 보베리』는 이웃 빵집 주인 주베르가 죽은 젬마의 일기장을 입수해 보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주베르의 내레이션과 일기장 속 젬마의 목소리가 번갈아가며 제시된다. 다중적인 시선은 사건의 전말을 매우 흥미롭게 드러내 스릴러적 재미를 더한다.
그리고 젬마가 엠마를 닮아가는 과정이 주는 재미를 넘어 둘 사이의 유사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주베르의 모습이 더 큰 웃음을 준다. 젬마(현실)과 엠마(소설)를 구분하지 않는 주베르는 소설 속 세계에 골몰해 진정한 현실의 모습을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젬마보다 오히려 ‘엠마 보바리’에 더 가까운 인물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보베리 부부가 살던 집에 나이 든 남편을 둔 ‘제인 에어’라는 여자가 이사온 사실에 주목하는 주베르의 모습은 『마담 보베리』를 더욱 입체적인 작품으로 만들고, ‘보바리즘’에 대한 풍자를 끝까지 놓지 않는 포지 시먼스의 위트를 보여주고 있다. 뻔한 내용의 불륜 사건이 통속적이지 않은 재미를 주는 것은 포지 시먼스의 이런 전략적인 스토리텔링의 힘이 한몫을 한 결과다.
언론 서평
■ 독창적이고 위트 있는, 뛰어난 관찰력의 결과물. 천재적이다. 《선데이 텔레그래프》
■ 올해 가장 독창적인 책. 영민하고 노련하며, 끔찍하게 재미있다. 《데일리 메일》
■ 만화 스토리 텔링의 위업을 달성했다. 《옵저버》
■ 유쾌하다. 마담 보베리는 중산층 가정의 삶과 그들의 외국 생활 등에 대한 포지 시몬즈의 관찰력이 맛깔 나게 활용된 작품이다. 글과 그림, 모든 면에서. 《타임스》
■ 포지 시먼스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행태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예리한 귀로 대화를 포착하고, 번뜩이는 눈으로 사물의 양상을 관찰하여 자신만의 걸작을 창조해 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