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책상에서 자라난 구조물, 도시를 잠식하다!도시 설계와 인류 문명에 대한 철학적 성찰건축사에 길이 남은 오토 바그너, 올브리히 등 빈 분리학파 건축가들의 작품을 엿보는 재미도 함께한다. - 장윤규(국민대 교수, 운생동건축 대표)

어둠의 도시들:우르비캉드의 광기

원제 La Fièvre d’Urbicande

브누아 페테르스 | 그림 프랑수아 스퀴텐 | 옮김 양영란

출판사 세미콜론 | 발행일 2010년 5월 25일 | ISBN 978-89-8371-573-9 [절판]

패키지 양장 · 변형판 222x297 · 112쪽 | 가격 20,000원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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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완벽한 대칭으로 설계하고 싶은 도시 설계가이자 건축가인 유겐 로빅은 도시의 상급 결정 위원회와 도시 설계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어느 날, 그는 책상 위에 모서리만 있는 정체 모를 육면체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한다. 날이 갈수록 모서리들은 길어지고 마치 정글짐과 같은 형태로 계속 자라나 그의 방, 그 건물 그리고 우르비캉드 전체를 덮어 버린다. 그리고 우르비캉드 사람들은 새로운 형태의 삶을 살게 된다. 결국 해석이 분분한 전설로 남은 이 구조물의 실체는 무엇일까?
한국 독자들에게 처음 선보이는 유럽 만화의 정수
만화가 프랑수아 스퀴텐과 시나리오 작가 브누아 페테르스, 두 사람의 공동 작업으로 탄생한 ‘어둠의 도시들’은 1983년에 시작되어 총 16권이 출간되었고 지금까지도 계속 작업되고 있는 판타지 그래픽 노블 연작으로 유럽 전역에 번역되어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거대한 건축물들이 빼곡하지만 음울하고 우수에 찬 분위기 속에서 어쩐지 거대한 폐허처럼 보이는 이 가상의 도시들에서는 알 수 없는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파국으로 치닫고, 그것을 목격한 이들은 혼돈의 소용돌이에 휩쓸린다.어둠의 세계는 책 속에 실재하는 한 행성의 공간인 동시에 우리의 실제 세계에 대한 은유적 공간이다. 건축 양식, 과학과 진보에 대한 태도로 볼 때 이 도시들은 20세기 초 유럽이 꿈꾸었던 유토피아의 면모를 드러내며 마치 살아 있는 캐릭터처럼 작품의 중심에 서 있다. 작가들은 ‘브뤼셀Bruxelles’을 ‘Br?sel’로 변형시켜 쓰는 등 실제 지명을 활용하고, 보고서, 신문 기사 등 각종 자료를 등장시키며 마치 이 세계가 실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이런 도시들을 배경으로, 회화적인 아름다움과 혁명적 스타일을 고루 갖춘 그림, 예술, 신화, 건축, 고고학 등 인류의 문명을 집대성한 소재가 불러오는 철학적 성찰, 책 속 세계의 정교한 설정은 지적 호기심에 충만한 독자들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이 때문에 ‘어둠의 도시들’ 시리즈는 오랜 시간 동안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새로운 세대 독자들의 요구에 반응하고 있는, 살아 있는 고전이다.2010년 세미콜론에서는 『기울어진 아이』 외 『우르비캉드의 광기』, 『보이지 않는 국경선』 등 시리즈 중 세 권 출간을 시작으로 ‘어둠의 도시들’ 시리즈 열두 권을 선보인다. 3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친 이번 시리즈 출간은 유럽 현대 만화의 진면목을 선보이려는 야심찬 기획이다. 2000년 교보문고 출판부에서 『기울어진 아이』가 출간되었지만, 방대한 시리즈 중 한 권만 소개되었기 때문에 시리즈 전체의 구도를 온전히 전달하기에는 부족했다. 세미콜론에서 열두 권을 출간하면서, 퍼즐의 한 조각이 드디어 다른 조각들과 맞춰지고 독자들은 어둠의 대륙이라는 거대한 세계의 전체를 목격할 수 있게 되었다.

편집자 리뷰

유럽 만화의 황금기를 거쳐 새로운 실험이 시작되다
유럽에서 만화는 오랫동안 다양한 실험을 거치면서 ‘아이들의 장르’라는 틀을 벗어나기 시작했고, 68혁명으로 만개한 저항의 에너지를 흡수하면서 새로운 주제와 형식을 시도하고 다른 장르와 접합되기도 하면서 만화는 점점 문학의 경지로 발전해 갔다. 브뤼셀의 생뤽 미술학교의 클로드 르나르 아틀리에에서도 전통을 따르는 벨기에 만화계의 분위기에 균열을 내는 시도들이 이루어졌다. 유럽 만화의 황금기였던 1970년대 후반 생뤽 미술학교에 다니면서 이 흐름을 체험한 프랑수아 스퀴텐은 소르본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만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던 브누아 페테르스와 함께 하나의 시리즈를 기획한다. 건축가 집안에서 나고 자란 스퀴텐의 배경과 만화적 재능이 브누아 페테르스의 철학적 배경과 글솜씨를 만나면서 방대한 세계가 구축되기 시작한 것이다.
다양한 형식으로 만화의 틀을 뛰어넘다
어둠의 도시들 시리즈로 지금까지 총 16권의 책이 출간되었고, DVD 한 편이 출시되었다. 이 외에 관련 전시, 세미나 등을 합하면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발표된 관련 작품의 목록은 꽤 길다고 할 수 있다. 세미콜론에서 출간되는 열두 권 중 열 권은 만화나 그림책 형식으로 된 이야기책이고, 한 권은 설정집 성격인 『어둠의 도시들 가이드북』, 나머지 한 권은 두 작가의 다양한 작업을 정리한 번외편이다. 이들 중에는 컷으로 나누어진 일반적인 만화도 있지만, 동화책, 신문 기사 모음집, 그림책, 여행 가이드북 등 예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형식의 책들이 선보이고 있다. 두 작가들은 만화의 틀을 벗어나 연극, 영상, 소리극, 전시 등 책의 형태를 벗어난 다른 매체를 이용하여 이야기를 확장하기도 했다.다양한 양식을 혼합하고 매체간의 교차를 시도함으로써 책 속의 세계를 더욱 확장하고, 책 바깥의 현실과 적극적으로 만나게 한 것이다. 이는 그림과 이야기가 만나 만들어지는 만화의 본질적인 특성인 혼합성을 작품의 형식에 가장 극단적으로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조각난 이야기, 깊어지는 독서
등장인물이나 설정을 부분적으로 공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각 권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중심이 되는 책과 외전에 해당하는 책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고, 중요도의 차이도 없다. 작가들은 “일련의 욕구와 우연한 만남, 사건들을 가로지르며 발전되는” 모험의 특성을 작품에 그대로 반영하듯 비선형적 구성으로 이야기를 분산시켰다. 그들은 마치 어둠의 대륙 구석구석을 패닝하면서 우연히 마주치는 장면들을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듯하다. “전체적인 구상을 고집하기보다는 시리즈를 진행시키면서 계속 일종의 탈출책을 찾아야 한다.”는 의도가 강력히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이 시리즈의 독서 과정에서는 독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독자들이 한 권씩 읽어나가며 퍼즐 조각을 맞추듯 상상력을 동원해 전체 세계의 모습을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축, 만화와 만나다

이 작품의 무대가 되는 ‘어둠의 도시들’은 작품 전체가 공간과 건축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색적인 테마를 갖고 있다. 스퀴텐의 그림은 실제 건물의 모방이 아닌 순수한 상상력에 기대어 새로운 세계를 그려내는데 건물을 표현한 섬세한 선과 표현, 밀도감 넘치는 섬세한 채색으로 마치 3D입체영화를 보는 것처럼 완벽하게 건물의 존재감을 표현해낸다. 이 세계에서는 각각의 도시들마다 건축 양식이 다르다. 19세기 브뤼셀의 아르 누보 건축부터 20세기 초반 뉴욕의 마천루 풍경처럼 도시마다 특징적인 각각의 주인공이 존재하는 것이다. 상상으로 쌓아올린 계획도시의 치밀함과 압도적인 배경을 통해 이미 이 작품은 유럽의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전공학생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상상력을 동원한 정밀한 풍경화로 유명했던 화가 피라네시, 기존 질서를 흔들었던 아르 누보 건축가 빅토르 오르타, 이상향을 건축으로 실현하려고 했던 클로드 니콜라 르두 등 독특하고 천재적인 건축가들의 영향을 작품 구석구석에서 발견한다면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아하고 철학적인 유럽 SF의 신천지

‘어둠의 도시들’은 우주 공간을 펼쳐 보이거나 과학 이론을 정밀하게 설파하고 있지는 않지만 SF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특히 초기 SF 작가인 쥘 베른(Jules Verne, 1828-1905년)의 영향이 짙게 배어 있다. 20세기의 과학은 쥘 베른이 소설을 통해 꾼 꿈을 뒤쫓아 발달해 왔다. ‘어둠의 도시들’ 시리즈의 한 권인 『기울어진 아이』에서는 쥘 베른이 고안한 로켓으로 지구를 방문한다. 어둠의 세계에서는 아직도 쥘 베른이 상상한 여러 도구들이 산업화와 대량 생산을 거치지 않은 채 수공업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형태로 실현되어 있다. 석유가 발견되기 전의 증기 기관 열차와 범선을 보는 것처럼 이 세계의 모든 기구, 도구들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디자인으로 가득하다. 소재의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어둠의 도시들’ 시리즈의 기반 자체가 지극히 SF적인 이론 위에 있다. 그것은 바로 많은 SF 작가들을 매료시킨 ‘반(反) 지구(counter-Earth, 태양을 공전하는 지구의 궤도 정반대 건너편에 존재한다고 여겨진 지구와 꼭 닮은 행성)’ 이론이다. 20세기 들어 다른 행성들로 무인탐사선을 보내는 등 우주탐사가 본격화 되면서 반 지구에 대한 의혹은 종지부를 찍었지만 존 노먼(John Norman)의 ‘고르(Gor)’ 시리즈와 폴 케이폰(Paul Capon)의 장편 『태양 반대편(The Other Side of the Sun)』 등, 과학 소설에서는 이러한 가설을 받아들여 지구와 거의 동일한 문명이 발달하고 있는 반 지구를 가정한 작품들이 나왔다. 그리고 이제 그 작품 목록에 ‘어둠의 도시들’이 추가된다.이 전통은 넓게 보면 과학 소설 속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볼테르의 『깡디드』,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같은 환상문학의 걸작들이 떠오르진 않는가? 이 외에도 노발리스, 마테를링크, 그라크, 카프카, 베냐민, 칼비노, 보르헤스 등 수많은 현대 작가들의 작품에서도 이런 가상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지구 반대편, 어둠의 도시들, 인류의 또 다른 미래 모습

‘어둠의 도시들’의 원제는 ‘les cites obscures’이다. ‘모호한/어두운’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obscure’에서 이 시리즈를 지배하는 몽환적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지구에서는 보이지 않는 행성이 있고, 그 세계는 마치 지구의 역사와 뿌리는 같으나 어느 순간 갈라져 버린 것처럼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 이 세계는 수수께끼와 비밀들이 존중되며, 해답보다는 질문이 언제나 환영받는 ‘모호한’ 도시이자 지구에서와 같은 계몽사상과 이성의 시대를 거치지 못한 ‘어둠의’ 도시이다. 종교는 민속연구의 한 분야 정도로만 존재하고, 과학자들은 상상력 풍부한 발명가처럼 보인다. 확실히 우리가 사는 세계의 시선으로 보면 ‘어둠의 도시’가 속한 세계는 비합리적이고 패러독스의 논리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역사의 흐름에 ‘만약’이 존재한다면? 수많은 역사가들이 평가했듯이 732년 푸아티에 전투에서 이슬람대군이 기독연합군에 패하지 않았다면 지구의 역사도 이들의 세계와 유사하게 변했을지 모를 일이다.(유럽은 종교 전쟁을 겪지 않았을 것이고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과 그리스 철학을 덤으로 얻었을 것이다.)‘어둠의 도시들’ 연작은 SF 세계관에 유토피아적 상상력, 판타지 역사관이 결합된 최상의 결과물이다. 예술, 신화, 건축, 고고학, 서지학, 지도학 등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꽃피운 인류의 문화가 책 속의 정교한 설정 속에 그들만의 미래의 모습을 그려낸다.

작가 소개

브누아 페테르스

1956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철학을 전공했으며 두 권의 소설을 발표한 후 만화 시나리오, 소설, 에세이, 자서전, 그림책, 사진소설, 평론집과 이론서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출간했다. 특히 ‘땡땡’ 시리즈의 작가 에르제에 대해 두 권의 책을 집필한 저자이기도 하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연출하고 시나리오를 썼고, 스퀴텐 외에도 여러 미술가, 사진가, 영화인들과 공동 작업을 펼쳤다. 시인 폴 발레리, 영화감독 히치콕, 사진가 나다르, 건축가 빅토르 오르타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에 대한 글들을 발표했으며 여전히 다방면에서 활발한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프랑수아 스퀴텐 그림

1956년 벨기에 브뤼셀의 건축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브뤼셀의 생뤽 미술학교에서 만화를 전공하고 판타지 장르의 만화들을 출간하면서 만화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브누아 페테르스와 함께 작업한 ‘어둠의 도시들’은 현실 세계와 평행한 또 다른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으며 부모에게서 받은 건축적인 영향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작품이다. 1983년 『사마리스의 벽』으로 시작된 이 시리즈는 그와 페테르스에게 수많은 상을 안겨 주었으며 십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만화 외의 작업에도 활발히 참여했다. 영화 「탁산드리아」, 「토토의 천국」, 「황금나침반」, 「미스터 노바디」 등의 미술을 담당했고, 오페라 등 공연을 위한 무대 디자인을 비롯해, 1992년 세비야 엑스포 룩셈부르크 관, 2000년 하노버 엑스포 유토피아 관, 2005년 아치 엑스포 벨기에 관의 디자인을 담당하면서 공연, 전시 분야의 디자이너, 기획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또 브뤼셀의 지하철 역인 포르트 드 알(Porte de Hal) 역 설계와 파리 지하철 역 아르 제 메티에(Arts et Metiers) 역의 이노베이션을 담당하면서 건축 작업에도 참여한 바 있다. 2002년 앙굴렘 세계 만화 축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양영란 옮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3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코리아 헤럴드》 기자, 《시사저널》 파리 통신원으로 근무했다. 옮긴 책으로 『미래의 물결』, 『포스트휴먼과의 만남』, 『식물의 역사와 신화』 등의 인문서와 『잠수복과 나비』, 『테오의 여행』, 『나의 연인 뒤라스』, 『행복한 나날』, 『매일 떠나는 남자』, 『우루아드』 등의 소설 외에 김훈의 『칼의 노래』를 프랑스어로 옮겨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독자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