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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세상에 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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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부제: 신화, 종교, 과학에 얽힌 시각적 경이로움의 역사

원제 Art of Wonder

워서 부제: A History of Seeing

줄리언 스팰딩 | 옮김 김병화

출판사: 세미콜론

발행일: 2008년 1월 18일

ISBN: 978-89-8371-373-5

패키지: 반양장 · 46변형 233x175 · 328쪽

가격: 22,000원

분야 예술일반


책소개

동국벽화에서 피카소까지 잃어버린 미술의 신비를 쫓는 시간 여행
“진정한 발견의 여정은 새로운 풍경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눈을 새롭게 하는 데 있다.”-마르셀 프루스트
미술, 정말 아는 만큼 보일까? 미술에 대해서 정말 잘 알기를 원한다면 미술사에 대한 지식을 버려야 한다. 미술품은 본래 감상의 대상이 아니었다, 예술은 과학과 종교가 구별되지 않던 시절, 사람들이 주위 세계를 보고 느낀 경이감과 신비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탄생했다. 경이로움을 발견하는 눈을 되찾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예술의 본질을 경험할 수 있다.
고대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3만 5000년의 시간에 걸쳐 유럽은 물론 아시아, 인도, 남미, 아프리카의 미술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놓는 이 책은 작품과 작가 위주의 일반적인 미술사 서술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그 대신 ‘어떤 시각에서 그런 작품이 만들어졌을까’, ‘세상을 어떻게 보았기에 그런 그림을 그렸을까’를 탐색한다.


목차

서문-미술의 본능, 경이로움
1장-영혼을 품은 빛, 별
2장-고대인의 세계관을 담은 미술
3장-생명의 근원, 태양
4장-사랑과 혼돈을 나타내는 달
5장-모든 신비 가운데 으뜸인 탄생
6장-삶을 뛰어넘는 신비, 죽음
7장-신의 모습을 그린 미술
8장-신성한 빛을 그린 중세와 르네상스
9장-빛에서도 어둠을 본 계몽주의 시대
10장-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해, 현대

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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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 저작권과 출처


편집자 리뷰

1. 책 소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은 이제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고 감상하는 기본적인 방식이자 태도처럼 얘기되곤 한다. 그러나 미술 감상, 정말 아는 만큼 보일까? 미술 사조와 학파, 양식 대해 더 잘 알면 그 작품을 더 잘 감상할 수 있을까? 혹시 아는 것만 보이는 것은 아닐까? 줄리언 스팰딩의 『미술, 세상에 홀리다』(원제 Art of Wonder: A History of Seeing)는 미술을 제대로 느끼고 알고 싶다면 미술사에 대한 지식에서 자유로워지라고 말하는 책이다. 다년간 미술계에서 활동하면서 그 누구보다 미술사적 지식에 출중할 것이 분명한 저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미술을 제대로 보기 위해 필요한 것은 태초 인류가 세상과 자연, 신에게 보내던 그 순수하고 경이로움에 찬 눈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경이로움을 발견하는 눈을 되찾는 것만으로 예술의 본질을 경험할 수 있다고.
새로운 시각으로 미술을 바라보고 또 그런 시각을 갖기를 권고하는 이 책은 총 10장으로 이루어졌다. 1~7장까지는 미술의 영원한 소재이자 고대 인류가 자연과 세계에 대해 신성하고 친근하게 여기던 별, 태양, 달, 계절, 탄생, 죽음, 신 등의 주제들이 어떤 시각에서 어떻게 미술품으로 표현되었는지 살펴보고, 8~10장부터는 우리에게 익숙한 연대기 순으로 중세의 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의 흐름을 살펴본다. 저자는 7장까지의 무역사적이고 자유연상적인 주제별 접근을 흐르는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에 비유하고 그 이후의 역사적 접근을 강둑에서 흐르는 물을 지켜보는 것에 비유한다.
2. 내용
경이로움의 미술
문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미술사적 지식이 대부분 서양 중심의 근대적 시각에서 성립된 것이라는 점이다. 역사를 단선적이고 진보적 관점에서 보고 서술하는 것은 계몽주의의 산물이다. 그러나 이런 미술사가 성립하기 오래전, 인류가 생길 때부터 존재해 온 미술품의 본래 목적은 미술사적 분석의 대상이 되거나 전시되어 감상하기 위해 생긴 것이 아니었다. 일상의 물품과 예술품을 구분하는 것은 현대적인 어법일 뿐이다. 예술은 과학과 종교가 구별되지 않던 시절, 사람들이 주위 세계를 보고 느낀 경이감과 신비로움을 표현하던 데서 생긴 것이며, 예술가란 직업은 그 경이로움의 깊은 감정에 형태를 부여하는 사람이었다. 즉 미술은 세상과 자연에 홀린 결과 생긴 것이다.
이런 경이로움은 눈(eye), 즉 보는 행위(seeing)에서 비롯되었다. 시각은 인간이 지닌 감각 가운데 가장 강력한 감각이며 그 자체가 신비롭다. 그래서 본다는 행위가 단순히 망막과 뇌의 작용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지금도 사람들은 눈을 마음의 창이라고 여기고 눈빛이나 시선에서 뭔가 특별한 것을 읽으려고 한다. 그렇지 않다면 반 고흐의 「자화상」의 깊고 강렬한 눈빛이나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돌아보는 눈빛에 그토록 매혹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혹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림 그리기에 덜 힘을 쏟았더라면 더 많은 과학적 성과를 누렸을 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다빈치는 역사상 그 누구보다 보는 것의 경이로움에 깊이 매혹되었던 사람이었고, 자기가 보는 것을 이해하고 찬양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그에게 과학 연구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보조 수단이었다.
저자는 자연에서 느끼는 이런 경이로움의 감정은 고대인뿐만 아니라 과학이 이미 세상의 많은 비밀을 밝혀낸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동질성은 공간적으로도 존재한다. 아프리카 종족의 예술품이 동양의 우리에게도 동일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저자는 인간이 우주와 천체, 빛과 어둠, 탄생과 죽음, 신과 영원 앞에서 느끼는 감정이 유럽은 물론 중국, 일본, 인도, 남미 등의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시대에 미술품으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살피면서 이를 검증해 간다.

보는 행위의 역사
세계는 신화의 시대에서 종교의 시대를 지나 과학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세계를 보고 거기에서 경이로움을 느끼는 감정은 같을지라도 세계관이 변하면 보는 방식도 변할 수밖에 없다. 곰브리치로 대표되는 기존의 미술사가 유럽 중심의 미술가 개인의 성취를 쫓고 있다면 저자는 보는 행위가 어떻게 변했는가, 즉 보는 행위의 역사로서 미술을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각 시대의 본다는 것의 의미가 어떠했는지, 어떤 시각에서 그 작품을 만들었는지, 세상을 어떻게 보았기에 그런 그림을 그렸는가를 탐색한다. 이것은 근대적인 세계관과 시각으로 과거의 예술을 해석하는 데서 생기는 오류를 방지하고, 예술의 본래 의미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 준다.
어찌 보면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미술품이나 미술가 중에는 생소한 것도 있지만 주류 미술사에서 다뤄지는 작품이나 작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진정한 발견의 여정은 새로운 풍경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눈을 새롭게 하는 데 있다.”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처럼 익숙한 것도 새롭게 보고 그렇게 하여 새롭게 보는 방식을 깨닫는 데 저자의 의도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자금성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말하듯 억압적인 절대 권력의 상징이 아니라 세계의 중심에 지어진 신들이 지상에 내려온 지점, 즉 지상에 구현된 천상 세계라는 생각이 깃든 곳이다. 고대 미술의 대표적인 유물인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오늘날의 시각대로 페미니즘 이론에 따른 대지의 여신이라기보다는 우주 전체에 대한 상징으로 볼 수 있다. 눈, 코, 입이 없는 머리는 천상의 움직임을, 몸뚱이는 대지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또 보통 암흑의 시대라고 하는 중세는 실은 찬란한 빛의 시대였다. 신성함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찬란한 모자이크와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샤르트르 대성당의 장미 창문을 떠올려보면 금세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3. 평가
이 책은 영국 작가 클럽(Author\’s Club)에서 우수한 예술서 저작에 수여하는 베니스터 플레처 상을 수상했다. 건축가이자 건축사가였던 베니스터 플레처 경의 이름을 따서 제정한 상으로 곰브리치를 비롯하여 케네스 클라크, 니콜라우스 페브스너 같은 유수의 미술사가들이 역대 수상자 명단에 올라있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가 비평가이고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믿어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주석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고대 예술에 대한 우리의 해석을 확증해 줄 문자 기록이 전해지지 않는 것처럼 이 책에서 행하는 분석은 지식과 텍스트의 뒷받침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자신이 본 것을 독자들에게도 보여 주기 위해 풍부한 도판을 사용했고, 도판을 쓰기 어려운 것은 직접 그린 수채화 삽화로 실었다.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시각적인 주석을 단 셈이다.
미술 양식이나 미술가가 중심인 기존 미술사의 서술 방식을 따르지 않는 이 책은 언뜻 보기엔 쉬운 읽을거리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읽을수록 그 공력의 깊이가 크게 느껴지며 여운이 남는 책임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의 저자야말로 서양미술사에 그치지 않고 인도, 중국, 일본, 아프리카, 남미의 미술에 이르기까지 전체 미술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을 지녔으면서도 지식의 무게에 눌리지 않고 태초의 눈이 지닌 순수한 경이감을 스스로 보존하고 있는 시각의 소유자가 아닐까 한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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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스팰딩

작가이자 독립 큐레이터. 셰필드, 글래스고, 맨체스터 등 영국 여러 도시의 미술관과 갤러리의 관장으로 일했다. 러스킨 미술관, 오픈 뮤지엄, 세인트 멍고 종교 미술 및 생활 박물관, 글래스고 현대미술관 등을 설립했고, 2000년에는 캠페인 퍼 드로잉(Campaign For Drawing)을 출범시켰다. 그 외 저서로는 『시적인 박물관(The Poetic Museum – Reviving Historic Collections)』(2002), 『예술의 몰락(The Eclipse of Art – Tackling the Crisis in Art Today)』(2003)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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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화 옮김

서울대학교에서 고고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꼭 읽고 싶은 책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읽고 싶은 마음에서 번역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렇게 하여 나온 책이 『음식의 언어』, 『문구의 모험』,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 『짓기와 거주하기』, 『증언: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회고』, 『세기말 빈』,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 등 여러 권이다. 같은 생각을 가진 번역자들과 함께 번역기획 모임 ‘사이에’를 결성하여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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