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꺼이 그대로 두는 공간, 집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나의 작은 집에서 경험하는 크고 안전한 기쁨에 대하여

김규림, 송은정, 봉현, 이지수, 김희정, 강보혜, 김키미, 신지혜, 문희정, 임진아

출판사 세미콜론 | 발행일 2021년 5월 27일 | ISBN 979-11-91187-77-9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0x200 · 208쪽 | 가격 15,000원

분야 에세이

책소개

유례없는 팬데믹 시절, 좀처럼 줄지 않는 코로나19 확진자 소식. 그 어느 때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습니다. 인테리어나 가구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는 뉴스가 이를 반증하고 있죠. 재택근무를 도입한 회사도 많아지면서 집에서 일을 하게 된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주말이면 외부에서 찾던 유희와 휴식의 시간도 비교적 집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야말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의 양과 질이 모두 코로나 시국 이전에 비해 굉장히 높아졌음을 통감하는 요즘이지요.
집은 그리하여 단순히 의식주를 해결하거나 잠만 자던 공간에서 조금 더 나아가 나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기능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나의 일, 식습관, 생활 패턴, 가치관, 라이프스타일 등을 그대로 담아내는 도구로서의 집은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요?
‘기왕 머물러야 하는 집이라면, 좀 더 나답게 있고 싶다!’

편집자 리뷰

새로운 감각의 세상에서 새롭게 펼쳐지는
나의 집 사용 설명서

 

이 책은 각자의 일을 가진 여성 작가 10명이 집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들려줍니다. 스스로를 ‘문구인’이라고 부르는 김규림, 에세이스트이자 라이프스타일숍 에디터 송은정, 일러스트레이터이면서 글도 쓰는 봉현, 번역가 이지수, 브랜딩 디렉터 김희정, 비건지향인 강보혜, 카카오 브런치 브랜드 마케터 김키미, 뉴그라운드 공동 대표 신지혜, 1인 출판사 문화다방을 운영하는 문희정, 삽화가이자 에세이스트 임진아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들 역시 팬데믹이라는 현실 앞에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것은 마찬가지.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방식으로 집을 활용하고 또 집과의 친밀도를 높여가는 과정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흥미롭습니다. 우리는 모두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혼란스러운 시기를 통과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 나름의 새로운 진동과 리듬을 찾아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집에서는 누구나 긴장을 풀고 조금 편안한 마음가짐이 되기도 하지만 또 밖에서는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나만의 안테나가 작동하기도 해요. 쉽게 감각하지 못했던 일상의 비일상이 새롭게 보이고 또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모인 작가 10명이 거주하는 집의 형태는 제각각이고, 집에서 함께 지내는 구성원의 조합도 다르지만, 결국 집은 가장 나다운 공간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으로 작용합니다.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곳. 나를 나로 존재하게 하는 곳. 매일 일어나 매일 잠드는 곳이기에 무심하게 생각했던 집에 대해 한 번쯤 낯설게 재정의하고 각자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의 실마리를 제공해줍니다. 그리하여 이 책은, 집(house)이라는 공간을 물리적으로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서이기도, 집(home)이 나에게 주는 의미를 돌이켜보고 어떻게 감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사이트이기도 합니다.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공간에서
우리가 다시 할 수 있는 일

 

집이라는 나의 고유한 영역은 세상 그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평온한 안식을 주지요. 그러나 자발적 고립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에겐 연결되어 있다는 기분이 필요합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울기도 웃기도 하면서 감정을 키우는 존재니까요. 우리 모두는 각자 다른 지붕 아래 존재하고 있으면서도 역설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연결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몸은 영 개운하지 않고 심리적으로도 지치고 고단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노력은 중요합니다.

김규림 작가는 문구 덕후답게 좋아하는 물건을 곁에 두고 기쁨을 찾는 일상적인 생활을 안내합니다. 여기에 스스로 설정한 ‘노 와이파이존’은 집의 효용을 분리하여 생각한 혁신적인 공간이에요. 송은정 작가는 오래전 먼 타국에서 만난 궁극의 테이블로 시작하는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오랜만에 다시 출근하는 사람이 되어 집이 주는 의미가 바뀌는 과정도 함께 담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봉현 작가는 집이라는 무대에서 펼쳐지는 모노 드라마를 찍듯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자신이 단 하나뿐인 등장인물이자, 연출자이자, 시청자인 셈이죠.
이지수 번역가는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린이집을 가지 못한 아이와 남편의 재택근무로 빨래바구니에는 마치 축구팀이 사는 집처럼 수건이 쌓여가는 날들의 고달픔을 시종일관 유쾌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도 번역이라는 ‘본업’과 ‘뭐 재미있는 일’ 사이의 균형을 찾으며 사는 평범한 날의 감사함을 모르지 않습니다. 김희정 브랜딩 디렉터는 집을 어떻게 정리 정돈하고 나의 취향으로 채우면 좋을지에 대한 굉장히 구체적인 팁들을 소개하고 있어 자동적으로 귀가 솔깃해집니다. 그것들은 인테리어 잡지에 나오는 값비싼 가구들이 아닌, 나를 나답게 드러내고 스스로 브랜딩하는 것에서 오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셀프 PR과 개인 브랜딩의 시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더라도 집은 나를 충분히 담아내는 공간이 됩니다.
강보혜 작가는 집에서 잘 보내는 시간이 자신의 가치관, 그러니까 비건지향과 반려견과의 행복한 생활에 어떤 도움이 되고 있는지에서 출발해 결국엔 자존감을 회복하게 되었다는 고백 아닌 고백을 들려줍니다. 스스로를 단단하게 다져 어떤 상황에도 무너지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집이 기여한 역할을 차근히 안내하고, 궁극적으로는 다양한 삶과 일의 형태를 허용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도모하려는 데까지 나아갑니다.
김키미 브랜더는 집 안에서의 게으른 자아와 집 밖에서의 부지런한 자아를 인정하고 더 이상 서로를 비교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데, 너무 진지하고 너무 기발해서 웃음이 납니다. 유쾌함 속에 브랜드 마케터의 통찰력이 빛나는 대목입니다. 신지혜 대표는 그야말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일하던 회사의 서비스가 중단되는 상황을 겪게 되었는데요. 그럼에도 줌(ZOOM) 등 변화하는 업무 환경에 적응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끊임없는 노력과 간절한 의지로 일하는 여성의 상호 성장을 돕는 서비스를 새롭게 론칭해 일을 이어나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야말로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코로나 시대에 무엇이든 쉽게 포기하기보다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하네요.
두 아이의 엄마인 문희정 작가는 아예 작은 집을 새롭게 얻어 두 집 살림을 시작했습니다. 작은 마당이 딸린 오래된 구옥은 하나뿐인 작업실이자 셸터이자 케렌시아가 되어준 셈이죠. 대출금을 갚으면서도 서럽지 않고, 걸레질도 빛나는 성취가 되는 곳. 용기와 결단력으로 마련한 엄마의 독립적인 공간이 역설적으로 어떻게 가족들에게도 기쁨이 되고 나아가 돈벌이가 되는지를 안내합니다.
임진아 작가는 기꺼이 나를 그대로 두어주는 집, 나를 감당해주는 집,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다정한 집의 온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집은 돌아오기만 하면 그 자체로 나였던 곳.”이라는 그의 말이 참 인상적이라 오래 여운이 남네요. 어제와 오늘이 비슷하게 이어져왔고, 오늘과 내일도 크게 다르지 않게 이어져갈 이곳에서 우리들은 우리답게 안전하고 기쁩니다.
다음 단계의 세상으로 건너가기 위하여,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지금의 이런 시간이 영원하지는 않을 거예요. 언젠가 다시 마스크를 벗고,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음식도 편하게 나누어 먹는 날이 다시 오겠죠. 다시 예전으로 완벽히 돌아갈 수는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그때가 온다 해도 예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일 테이지만, 그렇게 찾아올 다음 단계의 세상을 위해 우리는 오늘을 꼭꼭 씹어 살고 있는 것일 거예요. 그것이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잘 보낸 하루하루가 모여 한 달을, 1년을, 내 인생을 만들어요. 잠을 자는 시간을 포함하여 최소 하루의 3분의 1 이상의 시간을 보내는 곳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집을 조금 더 사랑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조금 더 의미 있게 쓰는 것. 그래서 가장 안전한 공간에서 가장 나답게 존재하는 것. 이 시국을 통과하는 제법 슬기로운 생활이 아닐까요? 그 곁에서 이 10명의 작가가 여러분의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일상을 응원합니다.

목차

집에서 혼자 잘 노는 법 /김규림
어엿한 책상 생활자 /송은정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드라마 /봉현
대체로 무기력하지만 간혹 즐겁게 /이지수
집이라는 브랜딩 /김희정
내 몫의 여러 책임에 충실한 생활 /강보혜
게으름의 상대성 이론 /김키미
앞으로 조금씩 나아간 증거 /신지혜
엄마의 두 집 살림 /문희정
오늘이라는 아무 날의 집 /임진아

작가 소개

김규림

문구인(文具人). 문구라는 장르의 오랜 팬으로, 우연히 한 문구 회사 소개말에서 만난 ‘문구인’을 인생 단어로 삼고 있다. 물건과 자주 사랑에 빠지는 편이다. 좋아하는 물건들에 둘러싸여 생활하는 데서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송은정

에세이스트. 『저는 이 정도가 좋아요』를 비롯한 네 권의 산문집을 집에서 썼다. 현재는 라이프스타일숍에서 에디터로 근무하며 일상에 영감을 주는 일용품을 소개하고 있다.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테이블. 인생의 크고 작은 중대사를 테이블에서 고민하고 결정한다.

봉현

일러스트레이터. 그리고 네 권의 에세이를 냈다. 새벽에 글을 쓰고 밤에 그림을 그린다. 다른 사람의 글에 그림을 더하는 직업을 가졌고, 나를 위해 글을 쓴다. 여전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서 불행과 행복이 반복되어도 일단 오늘을 산다.

이지수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 은둔형 번역가. 고요한 집에 키보드 소리만 울려 퍼지는 순간을 더없이 사랑한다.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고독한 직업』,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키키 키린의 말』 등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고 『아무튼, 하루키』를 썼다.

김희정

브랜딩 디렉터. 브랜딩 작업에 필요한 콘셉트를 만들고 언어적 요소들의 카피라이팅 작업을 하고 있다. 집에서는 활동적인 외향형 집순이이고 집 밖에선 느긋한 내향형 관찰자이다. 강아지와 산책하며 사계절을 감상하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인 사람.

강보혜

미디어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회사 밖에서는 영상, 글, 팝업식당 등 다양한 방식으로 ‘비건 생활’을 알리는 활동을 한다. 바쁜 서울의 노동자로 살며 에너지 넘치는 반려견의 반려인, 비건지향인으로의 정체성을 잘 지켜나가보려 애쓰고 있다.

김키미

브랜더. 카카오 브런치 브랜드 마케터. 모든 사람이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믿으며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를 썼다. 시간 관리에 대한 강박과 성실한 게으름 사이를 오가며 산다. 집에서는 주로 게으른 편.

신지혜

뉴그라운드 공동 대표. 여성들의 커리어 상호 성장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다. 많은 여성이 일과 건강하게 관계 맺고, 나다운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평평한 토대를 만들고 싶다. 산책과 밀크티를 좋아한다.

문희정

두 아이를 키우며 글을 쓰고 책을 만든다. 1인 출판사 ‘문화다방’과 북스테이 ‘9월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오래된 동네와 골목, 작고 낮은 집을 사랑하는 사람. 쓴 책으로 『낭만서촌』, 『여행자의 편지 치앙마이』, 『엄마 친정엄마 외할머니』 등이 있다.

임진아

읽고 그리는 삽화가. 생활하며 쓰는 에세이스트. 누군가의 어느 날과 닮아 있는 순간을 그리거나 쓴다. 지은 책으로는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아직, 도쿄』, 『사물에게 배웁니다』가 있다. 해가 지는 시간이라는 걸 부엌에서 가장 먼저 알게 되는 집에서 살고 싶다.

독자 리뷰